주말을 앞둔 약속이 없는 한가한 금요일. 집 안에 널브러진 물건 정리를 사부작 거리고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조용히 차를 마시는 시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한다. 아무 생각이 없지만 이 고요함이 주는 편안함이란.
찌르레기 소리처럼 찌르렁 거리는 정수기 팬 돌아가는 소리도, 노오란 조명 아래 놓인 키보드에도 온전히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다. 찌르렁 거리던 정수기 소리가 뚜욱 끊기고 더 짙은 고요가 찾아온다 싶더니 이젠 냉장고가 열심히 팬을 돌린다. 휘잉. 누르는 감이 좋은 키보드는 토닥거리며 주절주절 내 마음을 받아낸다.
생각도, 취향도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10대의 나는 덤벙댔고 20대의 나는 무던히 모험했고 30대인 나는 아직도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산을 오르다가 여기가 어딘 줄 몰라 발만 동동거리던 시간이 지나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 걸어 나가다 보니 가려진 나무 틈으로 보이는 작은 마을을 발견했다. 아직도 너무 멀어 조그맣게 보이는 마을을 향해 나아가면 된다. 빨리 갈 수도 조금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마을이 보이는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흔들려도 괜찮다.
지금 가는 길에 보이는 모든 것들로 오늘을 가득 채우기 위해 몸에 한껏 들어간 힘을 느슨하게 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