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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Apr 21. 2020

책을 대하는 자세

물건



 책은 누구나 한 번쯤은 사본적이 있을 것이다. 특별하게 좋아하지 않더라도 문제지나 단행본 등의 다양한 서적류를 구입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책을 좋아한다. 읽는 것도 좋아하나 즐기려고 노력하는 수준이고 것보다 더 큰 호감은 새 종이책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새 책에서만 맡을 수 있는 잉크 향, 종이의 빳빳한 질감, 거칠한 표면이거나 매끈한 질감까지도 내 기분을 또렷하게 해 준다.


 더해서 새 책의 표지를 넘겨 아직 접히지 않은 첫 장을, 아무에게도 닿지 않은 그 부분을 내가 제일 먼저 접어 눌리면 정말이지 마음이 깨끗하게 펼쳐지는 기분이다. 이제부터 읽기 시작이지만 이미 그 책은 나의 무엇인가가 되어 마음속 한 부분을 차지했다.





 그렇다고 매 번 책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의치 않을 때는 도서관도 자주 이용하는데 많은 사람들의 손을 탔기에 새 책을 마주했을 때와 같은 느낌은 당연히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도 그 나름의 방법으로 내 마음에 들어올 수는 있다.


 여러 사람들에게 먼저 닿아 접힌 부분들은 그대로 그들의 손길인 채 놓아두고 읽다 보면 중간쯤 가서 무언가를 책에 지지하지 않으면 다시 처음으로 넘어가게 되는 부분이 온다. 그때 펼쳐진 책 사이를 꾹 눌러 책 기둥(옆면)에 줄이 잡히도록 접어준다. 펼쳐진 책 양 끝을 뒤로 열둥셧(열중쉬어) 시켜 손을 맞잡아주어 한 번 더 꾹 눌러준다. 제목이 적힌 기둥면에 뚜렷한 한 줄이 남았지만 관성으로 덮이던 책이 완벽한 자세를 잡고 흔들리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예전의 나는 새 것들을 대할 때 그저 표시 안 내고 새 것같이 유지하는 기간을 늘려보려고 애지중지 대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의 나는 그때와 많이 달라진 모습이지만 아무래도 물건의 본질에 더 중점을 두는 쪽으로 바뀐 것이 아닐까. 책뿐만이 아니라 각각의 물건들은 외관이 아니라 그 속의 내용과 씀씀이에 따라 용도에 맞게 활용을 했을 때 나에게 딱 맞아 들어옴을 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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