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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Oct 06. 2020

태몽?

뱀에게 발목을 물리는 꿈

 

 생생한 꿈이었다.

 

 잠에서 깨어나 침대 머리맡에 앉아 기지개를 켜는데 침대 밑에서 뱀이 꼬물꼬물 기어 나오더니 내 발목을 꽉 물어버린다. 아야, 소리 칠 틈도 없이 또 한 마리가 나오더니 같은 발목을 또 문다. '으악 이게 뭐야' 하는데 침대 주변이 뱀으로 우글거린다. 어찌할 바 모르겠는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직감적으로 이건 태몽이었다. 확실히 알고 싶어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뱀꿈 꾸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뱀에게 발목을 물리는 꿈' '뱀이 우글거리는 꿈' '뱀꿈'


 뱀꿈도 세세하게 나뉘어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나왔다. 그중에 내가 꾼 꿈과 제일 유사한 질문지에 답변을 읽었다. 입학, 취직을 하게 될 꿈이거나 아이가 교육분야에 종사하게 될 대표적인 태몽으로 나온다. 당장 취직할 일이 없으니 태몽이 확실하다 생각했다.



 사실 둘째 생각은 전혀 없었다. 지금 아이 하나로도 충분했다. 배 아파서 낳는 아픔보다는 키우는 어려움을 절절히 느꼈던지라 하나만 잘 키우자 생각했다. 둘째가 딸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가까운 지인의 태몽을 대신 꾼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 잠잠히 소식을 기다려도 봤지만 이미 아이가 둘 씩 있는 집들이라 공장문을 닫았다나? 폭탄 던지기 게임도 아닌데 태몽의 주인을 찾아 헤매었다. 넘겨줄 사람도 없는 태몽이라니.


 나 일수도 있겠다는 상황으로 수긍해보자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첫째가 내년이면 여섯 살이니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네'

'그나마 손이 덜 가니까 둘째 케어가 수월하겠지?'

'다시 갓난아기를 안아보는 건가?'

'첫째가 질투가 많은데 이 상황을 잘 받아들일까?'

'진짜 나에게도 딸이 생기는 거야?'



 확고했던 가족관이 하룻밤 꾼 꿈으로 흔들리는 걸 보니 살만해졌나 보다. 오직 아이에게 관심을 쏟아야만 하는 시기가 조금 지나서일까. 힘들었던 신생아기를 절대로 다시 겪지 않으려 했건만 지금쯤은 또 해볼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말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지금의 나를 두고 하는 말이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그 꿈은 누구의 태몽도 아닌 그냥 뱀이 나온 꿈으로 끝나버렸지만 둘째에 대한 내 마음을 여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에서 조금은 기대되고 희망적인 마음으로 변했다는 것.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와 여유가 조금, 아주 조금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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