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엄지 손가락 뒤로 잘 젖히면 머리 좋은 거래~~
친구들의 근거 없는 속설을 듣다가 내 엄지손가락을 보여줬다. 최고, 따봉을 뜻하는 모양으로 엄치를 치켜드니 자연스럽게 엄지 손가락이 뒤로 60도 정도 젖혀졌다. 다른 친구들의 손가락은 빳빳하게 위를 향했고 안간힘을 써도 넘어가지 않았다. 넘어가지 않는 손가락이 더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학기 중에 학교 체육시간에 쟀던 신체 기록 중에도 유독 좋은 기록이 나오는 항목이 있었다. 네모난 나무 상자 한 편에 발바닥을 붙이고 무릎을 쭉 펴고 'ㄴ' 자로 앉는다.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가 후 쉬면서 두 팔을 힘껏 앞으로 굽힌다. 나무상자 위에 눈금을 향해 조금 더, 조금 더 손가락을 뻗으며 기록을 쟀던 전굴 측정. 거기서도 유연성이 빛을 발했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유연할 뿐이었다.
요가 동작도 쉽게 따라 해 즐기는 운동이었는데 올해 들어 제대로 된 요가를 해 본 기억이 없다. 쓰지 않는 몸은 점점 굳어갔고 자고 일어나면 더했다. 어깨 위에 무거운 돌덩이가 얹혀있는 듯이 개운하지 않았다. 이대로 뒀다가는 몸도 마음도 굳을 것 같아 집에서라도 요가를 해보기로 했다. 여러 유튜브 채널을 체험해보고 내게 맞는 요가 채널을 찾았다.
일주일은 동작을 따라 하기에만 급급했다. 진도에 따라가려 숨을 참아가며 하느라 현기증이 나기도 했다. 안 쓰던 근육을 써서 다음날이면 어깨, 허리, 허벅지 뒷부분에 뻐근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럴수록 멈추지 않고 계속했다.
10일쯤 지나니 내 몸이 달라짐을 느꼈다. 안되던 동작이 힘들이지 않아도 가볍게 되고 내 호흡에 따라 몸의 근육들이 수축하고 이완하는 거였다. 들이마시는 호흡에 몸의 구석구석으로 깨끗한 공기를 불어넣고 내쉬는 숨에 안 좋은 호흡을 내보내면서 팔이 더 길어지고 어깨가 더 몸 쪽으로 내려갔다. 내 속도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근육의 늘어짐을 느꼈다.
혼자여서 더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걸까. 강사님의 일괄적인 멘트 같았던 내 몸에 집중하라, 호흡하라는 말들이 멘트뿐인 말이 아니었다. 집중을 해서 몸을 느끼다 보니 알아차리게 되는 말들이었다. 말렸던 어깨가 조금씩 펴져 곧은 자세가 되어가는 모습을 생각하며 그렇게 매일 조금씩 몸의 변화를 느끼는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