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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Aug 20. 2020

소파를 버리고 웃음이 터졌다

소파


 신혼 때 거실 구색에 맞춰 구입했던 3인용 소파가 있었다. 재질이 좋은 소파는 아니었다. 몇 년 사용하다 보니 자주 앉는 부분의 가죽이 결대로 갈라지더니 부스러기가 일어났다. 아이가 태어나서 잡고 일어나고 걷기 시작하니 그 소파가 신경 쓰였다.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면서 물고 빠는 아이가 가죽 부스러기들을 먹을까 염려되었다.


 그랬던 소파를 이사 오고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정리 목록에 올렸다. 내다 버린 물건 중 가장 큰 물건이었다.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잘 사용하지 않는 밤 시간에 옮기기로 했다. 신랑과 내가 양 끝을 잡고 한쪽으로 일으켜 세웠다. 세우면서 아랫부분에 수건을 접어 넣어 끄는 소리 없이 매끄럽게 현관까지 이동했다. 문턱을 넘을 때마다 신랑의 능숙한 수건 빼기로 바닥 긁힘 없이 꺼내는 데 성공했다. 고비는 엘리베이터였다. 3인용 소파라 작아서 잘 들어갈 줄 알았던 소파는 두툼한 볼륨감에 이리저리 끼었다. 비스듬히 가로로 눕힌 소파를 엘리베이터 밖과 안에 중간쯤 내려놓는 듯했다가 다시 들어 올려 세로로 세우고 나서야 들어갔다. 꽉 찬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리는 다른 층에서 누가 타기라도 할까 봐 긴장했다. 다행히 1층까지 잘 내려와 문이 열렸고 우리는 소파를 집어넣었던 것과 반대로 빼냈다. 각자 양 옆을 잡고 뒤뚱거리며 폐기물 처리장 앞에 소파를 두고 스티커를 붙였다.


 땀을 닦다가 헤벌레 벌어진 신랑의 입에 그만 웃음이 터졌다. 금고를 털어 야반도주라도 하는 듯이 매서웠던 눈빛이 어느새 맥이 풀려 헤롱거렸다.

 


 소파를 버리고 한 동안은 거실이 휑했다. 그래도 소파가 있던 빈 공간을 보면 그날 밤이 떠올라 입꼬리가 씰룩 올라간다. 바닥 생활도 익숙해져 가고 더 넓은 공간을 휘젓고 다니며 깔깔대는 아이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자니 그 밤의 고생이 더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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