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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Oct 08. 2020

특별히 튀지도, 그렇다고 쳐지지도 않는 평범한


 키도, 외모도, 공부도 중간.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거 없이 튀지도, 그렇다고 쳐지지도 않는 위치란 결코 유쾌하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세상과 부딪혀 살아가면서 중간 정도 한다는 게, 평범하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온다.


 학창 시절의 나도 평범했다. 외모도 성적도 고만고만하고 성격도 좋게 말해 둥글둥글한 거지 우유부단했다. 반대로 친구 Y는 달랐다. 하얀 얼굴에 사슴 같은 눈망울, 아담한 키에 팔, 다리도 여리여리한, 딱 봐도 예쁜 여자아이 편에 속했다. 게다가 공부도 잘하고 가고 싶은 학과도 있었던 Y는 특별해 보였다. 그래서 Y에게 푸념을 하곤 했다.  


"난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게 딱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 평범해"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

"야~ 넌 나보다 공부도 잘하고 이뻐서 내 맘 몰라~~"

 얼렁뚱땅 웃어넘겼지만 얼마 전에 큰 일을 겪었던 Y의 마음이 느껴져 뜨끔했다.


 졸음이 뒤덮인 수업시간이었다. 선생님과 앞 줄에 앉은 몇 명의 아이들만 열심히 수업 진도를 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교실 앞 문이 왈칵 열리더니 담임 선생님이 불쑥 들어왔다.

"선생님, 수업 중에 죄송해요,

  급하게 연락이 와서요,
  Y야, 얼른 책가방 싸서 나와"

​ 조용하던 교실이 냉수 한 바가지가 뿌려진 듯 싸늘해졌고 비몽사몽 하던 내 정신도 또렷해졌다. 다급하게 가방을 챙겨 나간 Y의 발걸음이 앞문이 닫히며 뚝 끊기자 아이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웅성거림이 더 커지면 큰 일이라는 듯이 선생님은 탁자를 급하게 몇 번 탁탁 쳐서 웅성거림을 저지했다.  


 그러고 Y는 며칠 동안 등교하지 않았다. 소문에 의하면 Y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다시 등교한 Y에게 왜 불려 나갔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것은 금기어처럼 여겨졌다. 나도 침묵만이 최선이라 생각하며 묻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말이었다.


"평범한 게 얼마나 어려운데~"


 나는 그때, 그 의미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부모님이 살아 계시고 밥을 굶지 않는다는 것, 신체가 건강하고 갈 대학이 있다는 것.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조건들이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남들과는 다르고 특별하게 뭔가를 잘해야만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 보이지만 평범하게 산다는 것 또한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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