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매력의 아이스 백차

TEABOX - ROSE MIST

by 마실궁리


축축한 하루의 끝에 향긋함을 느끼고 싶어서 장미꽃 이름이 붙은 백차를 꺼내봤어요. 화장품 이름 같은 로즈 미스트는 잎차가 담긴 봉투를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강렬한 장미향에 거부감이 들어요. 진한 장미 향수를 봉투 속에 엎지른 듯한 강렬함이에요. 향기는 불호지만 마셔보지도 않고 판단하는 건 아니겠죠. 잎차를 꺼내어 찬찬히 살펴보아요.



꽃봉오리가 통째로 보이기도 하고 여리여리한 꽃잎만 몇 장씩 따로 보이기도 해요. 늦봄 벚꽃이 만개했다가 지면서 흩날리는 낱장의 꽃잎들이 여기 떨어졌나 봐요. 드문드문 보이는 모습이 예뻐요. 잎차의 길이감도 길쭉하고 색깔이 옅어요.



100도씨 끓인 물을 한 김 식혀 물 200ml, 잎차 2.5g을 넣고 5분 우려요. 물을 부으니 신기하게도 건잎에서 났던 진한 장미 향기가 확 죽었어요. 그리고 잎차의 푸릇한 향기가 올라와 조화롭게 잡히네요. 우러나오는 연한 연둣빛 수색이 한 번에 백차의 존재를 알려요. 꽃이 주인공이 아니고 내가 주인공이라는 듯이.



그대로 마셔도 좋지만 아이스로도 좋다는 글귀에 바로 얼음을 꺼내 잔에 담았어요. 우려낸 차의 온도는 아직 따뜻할 테니 시원하게 마시려면 얼음을 가득 넣어야 해요. 그 위에 우려낸 로즈 미스트 차의 잎들을 걸러 따라줘요.


한 모금 마신 차는 생각보다 시원해져 있어요. 입술에 다닥다닥 붙어 입 안으로 들어오려는 얼음을 밀어내고 차만 마셔봐요. 차가워서인지 부드러움이 더해진 단맛이 나요. 깔끔하게 넘어가네요. 한 모금 넘기고 나면 입 안에 남은 향긋한 잔향에 기분이 좋아져요. 끝 맛에 수렴감이 도드라지긴 하지만 아이스로 마실 때만의 매력 같아요. 그대로 몇 모금 더 마시고 작아진 얼음과 같이 입안에 넣어 도로록 굴리며 마셔봐요. 맛이 더 희석되어 가볍게 넘기기 좋아요. 얼음을 와그작 깨어 먹는 재미도 있고요.


진한 향의 거부감에 마셔보지 않았다면, 아이스 백차의 매력을 조금 더 늦게 알게 되었겠죠? 흥미로운 티타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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