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 비 오는 날이 생각나는 흑차

공부차 - 진년고수공부육보차

by 마실궁리


매서운 추위가 며칠째 계속되니 따뜻한 이불속에서 나오기가 힘들어져요. 잠깐의 외출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람 한 점 들어올 수 없게 감싸고 나가게 되는데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몸속으로 스며든 한기를 녹여보려고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는 육보차를 꺼내봤어요.



육보차 건잎에서는 음지의 냄새가 나요. 깊은 산속, 울창한 나무들이 우거져 햇빛 하나 들지 않는 어두운 나무 아래 꾸역꾸역 비집고 자리한 축축한 이끼 냄새요. 여러 해 묵은 (진년:陈年) 300년 된 고수 차나무에서 채엽한 찻잎이라는데 그 세월의 향기가 고스란히 입혀졌나 봐요.



100도씨 끓인 물 200ml잎차 2g만 넣고 5분 우렸어요. 뜨거운 수증기를 타고 비에 젖은 축축한 흙냄새가 나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사찰가 처마 밑에서 우산을 쓰고 내리는 비를 보다가 맡게 되는 냄새랄까요.


민속촌이나 옛날 초가집이 많은 곳에 가면 나는 냄새 같기도 해요. 시골이 아니라 옛날 조선시대쯤으로 시간여행을 간 기분이에요.



더 멀리 시간 여행을 가기도 전에 진하고 붉은 수색을 띄는 육보차가 우러나왔어요. 한 모금 마셔보니 축축한 비 내음과 함께 빗물 맛이 나는 거 같아요. 맹물 맛이 나다가 살짝 쌉싸름한 맛을 내면서 부드럽게 넘어가요. 따뜻하게 한 잔 비워내니 체온도 한 층 올라간 것 같아요.


축축한 냄새와 맛으로 쓸쓸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반면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건강차로 마시기 좋다니, 색다르고 반전 있는 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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