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르 눈 녹는 맛의 우롱차

공부차 - 설편

by 마실궁리


어제는 첫눈이 내리고 오늘은 영하 9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에 온전한 겨울 날을 느끼고 있는데요. 아이도 신랑도 온 가족이 다 같이 집에 머물고 있어요. 집안에서 함께, 또 각자 시간을 보내는 중인데요. 잠깐의 티타임으로 여유를 가져봐요.



펑펑 내리던 눈의 감흥이 떠올라 설편이라는 우롱차를 골라봤어요. '눈송이 조각'이라는 뜻을 가졌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롱차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 같아요. 푸릇한 수색에 하얀 눈송이가 매칭 되지 않거든요.



잎차 2.5g100도씨 물을 넣고 3분 우려 줘요. 크기가 제각각인 잎차들이 뜨거운 물을 머금고 풀리기 시작해요. 건잎일 때도 푸릇함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 우러나오는 수색도 맑은 연둣빛이 나네요.


특별하게 생각나는 향은 나지 않아요. 한 모금 마셨는데 부드러움이 입 안에 퍼지다가 끝 맛에 쌉싸름한 고삽미가 느껴지네요. 첫눈 같은 부드럽고 강렬한 느낌이에요.


지금은 내리는 눈을 먹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지만 제 어릴 적엔 하늘에서 내리는 눈에 입을 아 벌리고 먹은 기억이 있어요. 눈이 잘 내리지 않는 남쪽 지방에서 눈이라도 오는 날엔 동네 아이들이 모두 뛰쳐나와 날뛰다가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벌리고 눈을 받아먹어요. 하얗고 차가운 눈송이는 혓바닥에 닿자마자 사르르 녹아 없어져 버렸는데 살포시 내려앉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시원함이 신기했던 기억이 나요.


설편 한잔의 맛이 그 눈 맛을 떠올리게 하긴 해요. 부드러운 맛이 감돌다가 순간 사라져 버리고 쌉싸름한 여운을 남기는 맛. 옛 추억에 잠기며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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