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실습을 시작했다. 학교 다닐 때도 해보지 못한 실습을 앞두고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코로나 상황으로 원래 채워야 하는 시간의 절반으로 줄었다지만 매일 어딘가로 출근하듯이 나간다는 것은 은근한 압박이고 부담이었다. 첫날의 실습은 주변을 둘러볼 정신도 없이 지나갔고 둘째 날이 되니 주위가 보였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시작되는 실습이어서인지 사무실로 들어가면 분위기는 한층 가라앉아 있다. 불 꺼진 사무실에서 식사 후에 쉬고 있거나 잠깐 눈을 붙였던 직원들이 불이 켜지면서 좀비처럼 깨어난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각자의 컴퓨터 앞에서 업무를 시작하는데 파티션을 사이에 두고 가끔 얼굴이 보였다 가렸다 한다. 눈이라도 마주칠세라 얼른 업무 분장을 펴고 뒤척거린다. 눈치를 주는 것도 아닌데 알아서 눈치가 봐지는 실습생 처지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게 불편해질 때쯤 실습 담당자 직원이 본격적인 업무를 주러 온다. 1월이라 특별히 활발한 업무, 각종 홍보물을 분류, 포장 작업해서 우편을 보내는 작업이다. 봉투에 유인물을 넣고 앞면에는 라벨지를 붙이고 입구를 접어 박스 테이프로 밀봉하는 단순한 작업이다. 이왕이면 효율적이고 빠른 방법으로 처리하려고 2인 일조가 되어서 작업을 나눠 한 명은 넣고 한 명은 붙이기를 했다. 별다른 어려운 점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작업이 다 끝나갈 무렵, 우리 작업을 지켜보던 실습 담당자의 상사가 멈춰서 직원들을 향해 말했다.
"이거 누가 테이핑 작업하라고 그랬어?"
"제가요"
"아니 이렇게 테이프를 붙이면 어떡해? 라벨지는 또 왜 이렇고? 어제도 이렇게 막 붙여서 다 때고 다시 붙여놓고 또 이래? 우편번호를 가리면서 선 위에 맞춰서 붙여야 할 거 아니야~"
싸늘해진 분위기에 라벨 작업을 했던 우리는 하던 일을 멈추고 그쪽을 쳐다봤고 남아있던 라벨지만이라도 요구사항에 맞춰 붙이기 시작했다. 아직 더 할 말이 남은 상사는 계속 무어라 이야기를 했는데 마지막으로 뱉은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차려졌다.
"이거 우리 ***의 얼굴이라고~!
처음 우편물을 받아 볼 사람한테 보이는 첫인상!"
그렇다. 대충 생각하기 쉬운 우편물이라도 의미가 있기 마련이었다. 처음 우편물을 받아 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우편으로 마주하지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직원의 마음. 이런 생각은 직원이라도 하기 힘들다. 상사급 직위나 돼야 우러나오는 회사에 대한 사랑으로 드는 생각일 것이다. 빨리 끝내기에만 급급해 단순 작업에서 그녀의 한마디는 실습생의 마음가짐을 다시 잡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