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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Jan 07. 2021

에펠탑에서 가족사진


 결혼을 하고 적당한 시기에 아이가 생겼다. 아이가 태어나고부터는 신혼 때와는 완전히 다른 날이 시작되었다. 밤낮이 바뀌고 모든 게 서툴러서 쩔쩔매는 나날들이었지만 아이의 작은 변화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카메라를 들었다. 어느새 핸드폰 속의 사진첩은 아이 사진이거나 어쩌다 차려입고 찍은 나와 아이, 또는 신랑과 아이의 구성으로 찍힌 사진들 뿐이었다. 셋이 멀쩡하게 나온 사진은 돌잔치를 준비하며 찍은 스냅사진이 유일했다.


"자기, 우리 이번에 파리 가서 가족 스냅 찍을까?"

"스냅? 괜찮을까? 좋을 대로 해~"

 그다지 계획적인 성격은 아닌데 여행할 때는 돌발적인 아이디어나 우리 상황에 잘 맞는 일정이라는 생각이 들면 주저하지 않고 강행했다. 두 돌이 채 되지 않은 아이와 함께 먼 나라까지 가서 기념되는 사진을 한 장 남기지 않으면 아쉬울 것 같았다. 그 길로 파리 현지 사진작가를 찾아 예약을 잡았다.  



 스냅 촬영 당일은 아이의 컨디션이 가장 중요했다. 오전 일정을 비우고 아이와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오전 낮잠 시간에 맞춰 잠을 푹 재웠다. 파리에 거주하고 있던 친구와 점심을 먹고 지리가 익숙한 친구의 안내로 따라간 마르스 광장에서 다시 에펠탑을 마주하게 되었다. 10년 전에는 반대편인 사요궁에서 마르스 광장을 내려다보기만 했었는데 아래서 올려다보는 에펠탑은 또 다른 풍경이었다.


 마르스 광장의 넓고 푸릇한 잔디밭은 아이에게 탐험하기 좋은 장소였다. 유모차만 타고 다니던 아이는 내리자마자 사방으로 뒤뚱거리며 헤집고 다녔다.  잔디밭에 앉아서 여유롭게 피크닉을 즐기는 연인, 잔디밭 옆으로 난 길에서 흙먼지를 휘날리며 조깅하는 할아버지, 몸이 길고 짧은 다리를 뽐내며 주인보다 빠른 발놀림으로 산책 나온 닥스훈트까지 세상의 여유는 이곳에 있었다.


 그 여유로운 풍경과 함께 아이는 사진작가님을 만나기로 한 사요궁 꼭대기까지 실컷 걸었다. 기분이 좋아진 아이는 스냅사진 촬영에도 협조적이었다. 관광객들의 가방을 노리는 소매치기가 많으니 조심하라는 작가님의 말을 들은 우리만 좀처럼 경직된 표정을 풀 수 없었다. 에펠탑과 수많은 관광객을 뒤로하고 기사님의 숨겨진 핫스폿과 바르하켐 다리로 장소를 옮기면서 한적해진 주변에 표정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본격적으로 찐하게 가족사진을 찍었다.


 여행이 끝나고 받아 본 사진 속에는 그 날의 공기와 기억, 아이의 천진난만함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과 나이 들어가는 우리 모습을 매년 남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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