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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Jan 29. 2021

3주 차 실습생을 조련하는 방법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실습 3주 차가 지나간다. 마지막 주를 앞두고 가장 바쁜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오전에는 관내 평생교육기관을 탐방하고 오후에는 실습처에서 행정과 전화업무를 하다가 집에 돌아오면 당일 했던 업무들을 실습일지에 기록하고 과제 보고서를 작성했다. 실습일지는 미루지 말고 꼭  매일 쓰라던 실습 담당자의 당부가 이번 주를 위해 했었던 말인가 싶을 정도로 과제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월요일부터 담당자는 묻기 시작했다.

"이번 주에 탐방 다녀오셨어요?"

"아~ 내일 가려고요~"

"미리 차근차근하셔야 해요~ 이제 다음 주면 끝이니까요"


"네~"


 압박감을 느껴 화요일부터 기관 탐방을 다녔다. 탐방 보고서를 간략하게만 써놓고 주말에 시간을 들여 다듬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당장 아침에 지금까지 한 과제와 실습일지를 가져오라는 게 아닌가. 간략하게 적어뒀던 일지를 허겁지겁 작성했고 과제는 완성하지 못해 좋지 못한 소리를 들을 각오로 출근했다. 조용한 사무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아 어제 하던 업무를 이어서 하고 있었다. 몇 분 후 맞은편에 앉아있던 담당자가 일어나 다가왔다.


"선생님들~ 말씀드린 실습일지랑 과제 다 출력해오셨죠?"

"네~ 너무 급하게 해와서 제대로 해 왔는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요청해서 놀라셨죠? 팀장님이 다른 실습생 일지를 보다가 체크할 사항이 많아서 선생님 것도 확인해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표지랑 자료도 더 보완하셔야 하고 형식 맞추는 게 중요해서요~ 잘하고 계신데 일단 오늘은 하던 업무 계속하시고 내일 다시 모든 과제랑 실습일지 완성본 보도록 할게요~"

"네? 지금 안 보시고 내일 다시요?"


 미흡한 과제는 얼렁뚱땅 보여주고 주말에 정리하려 했던 꼼수가 먹히지 않게 되었다. 시간을 하루 더 벌었는데 그대로 가져갈 수도 없고 밤은 새워서라도 과제를 완성해가야 할  판이었다. 업무 중에도 마무리하지 못한 과제 생각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날 밤, 새벽 3시가 다되도록 기관 탐방 보고서를 작성하고 교육 프로그램 계획서를 작성했다. 고단한 밤을 보냈지만 출력물들을 가지고 뿌듯한 마음으로 출근했다.



"선생님들~ 과제랑 일지 잘 해오셨어요?"


"네~ 어제 밤새서 한다고 힘들었어요 흐엉"


"아유 수고 많으셨어요~ 그런데 지금 바로 엑셀 정리하실 게 있거든요~ 이쪽으로 와보실래요?"


"네? 네~"



 그렇게 불려 가 강사 인적 DB 정리를 했고 실습시간이 끝나도록 확인하겠다던 과제는 펼쳐보지도 못한 채 업무만 하다 끝이 났다. 집에 와서야 깨달았다. 그녀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자신이 관리해야 할 실습생들의 과제 진도를 쭉 뺄 줄 아는 베테랑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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