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을 싱그럽게 꾸미는 방법
집에 짐을 많이 두지 않는 편이다. 처음 놀러 온 사람들은 생각보다 휑한 집을 보고 평수에 비해 넓고 깔끔해 보인다고 말할 때도 있고 짐이 어떻게 이렇게 없을 수가 있냐고 의아해하기도 한다. 그렇게 비우는 살림에도 욕심을 내는 아이템이 있는데 바로 식물이다.
새 집 증후군에 공기청정 효과로 식물을 들이면 좋다는 소리에 처음으로 남사 화훼단지를 방문했었다. 거대한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초록의 싱그러움에 머리가 맑아졌다. 같은 초록색이지만 모양도 크기도 다양한 온 갖가지 식물들이 하우스만의 정리 방식으로 나열되어 있었고 중간중간 가로질러 난 길을 따라 걸으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똑같이 생긴 것들 중에 내 눈에 제일 건강하고 예쁘게 자란 식물을 골라 크기에 맞는 화분에 분갈이를 해 집으로 데려왔다. 비닐하우스 안의 싱그러운 초록 기운을 우리 집에도 고스란히 옮겨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포인트는 위치 선정이다
하나씩 데려온 작은 식물들은 안방 협탁이나 주방 식탁 위에 놓아본다. 식물 초보자도 키우기 쉬운 스투키나 문샤인 산세베리아 정도가 적당하다. 한 달에 한 번 물만 주면 가만히 내버려 둬도 알아서 크는 식물이다. 공기정화로 알려진 식물들은 크기가 커도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는데 거실 한 귀퉁이에는 중대형 극락조를 세우면 허전했던 공간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포근한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공간을 풍성하게 메워준다. 여기에 음악까지 더해지면 별다방 부럽지 않은 분위기의 홈카페가 된다.
매번 옮기기 힘들다면 행잉 플랜트
화분을 이리저리 배치하고 옮기는데 흥미가 없다면 매달아 두는 방법도 있다. 주로 여름에 음지 식물들을 대상으로 벽이나 공중에 달아놓는 걸 말하는데 아이비나 수염 틸란드시아, 디시디아가 있다. 물을 듬뿍 주고 물기가 떨어지지 않으면 벽에 걸어두는데 줄기가 아래로 쳐지면서 자라는 식물이다. 기다란 나무 걸이에 여러 개를 걸어 별 어두 기도 하고 마크라메로 드림캐쳐 형태로 만들어 중간에 행잉 플랜트를 장식하기도 한다. 줄기가 풍성하게 내려오는 수염 틸란드시아는 한밤중 잠결에 화장실을 다녀오다 보면 놀랄 때도 있으니 행잉 플랜트가 처음이라면 늘어지는 식물보다 잎이 길고 구불구불해서 이색적인 아비스를 추천한다.
초록색이 질릴 쯤엔 꽃도 좋다
집 안 곳곳에 생기를 줬던 초록 식물도 자주 보다 보면 밋밋함을 느낄 수 있다. 흩어져있던 식물들을 모두 베란다로 옮겨 빽빽하게 모은 상태에서 물을 흠뻑 주면 화훼단지 못지않은 풍성함에 싱그러움이 충전된다. 햇빛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2,3일 베란다에 두고 집 안의 빈 공간은 빨갛거나 노란 꽃으로 향기를 채운다. 무향의 건강함과는 다른 향긋한 향기가 집 안에 퍼지면 사랑이 피어오른다.
식물은 가만히 있지만 결코 가만히만 있지 않는 생명력으로 우리에게 편안함과 위로를 건넨다. 집 꾸미기를 위한 인테리어 개념을 넘어서 반려 식물이라는 단어까지 생긴 걸 보면 알 수 있다. 식물을 키우지 못하는 똥 손이라는 핑계는 접어두고 물을 안 줘도 되는 선인장으로 플랜테리어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