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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지 Sep 17. 2019

당신의 불편함은 무엇입니까?

'불편함' 감정 업사이클링

세상에. 이렇게 불편한 게 많아서 잘 살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펜을 잡게 됐다. 불편함을 토로하다 못해 심지어 사람들에게 전염시키는 참으로 못된 사람이다. 사실 내 문제는 나만 불편할 줄 알았다. 퇴사를 반복한 이유는 조직에서 당연시하던 생각들이 불편했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 옆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어르신들의 목소리에 이어폰을 끼게 된다. 그런데 의외로 친구들이랑 대화하다 보니 나와 같은 문제로 그들도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자 내 불편함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이야기할수록 일상 속에서 당연시 받아들이고 순응했던 순간이 ‘당연한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만약 표현하게 된다면? 그 순간부터 우린 예민한 사람이 된다. 내가 불편함을 표현하면 조직 안에서 난 불편한 사람이 된다. 가까이하기 싫은 사람이 되면서 결국 외톨이가 돼 버리기 십상이다.


불편함은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요?


나의 기질이 예민하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느꼈다면 정말 큰 오산이다. 긍정적인 성격인 데다 둔감 하다해서 무조건 사회생활을 잘하는 혹은 좋은 성격이라고 여긴다면 뒤집어 생각해보길 권유한다. 무턱대고 긍정적인 사람은 다소 눈치가 없을 수 있으며, 외부 자극에 둔감하기 때문에 공감 능력 또한 떨어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예민한 사람에 비해 감수성이 떨어지는 그들은 한 번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은 집단주의, 곧 공동체주의의 우월함을 강조했다. 사람들에게 집단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500년의 역사 내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주입시킨다. 이렇게 집단주의의 긍정적인 면에만 치중하게 되었고,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한 우리들은 개인주의가 나쁘다는 편견을 가진다. 전통적인 가치관에 묶인 말과 행동을 하면서 '우리'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것이다.


손을 놓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우리로 똘똘 뭉친 이 사회는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사람은 조직에 반기를 드는 아주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권위주의로 개인의 다양한 의견을 무시하는 게 당연한 '우리'들은 결국 집단 이기주의자들로 돌변하고 만다. 내 삶에 정답을 가진 사람은 없는데 우리라는 명목하에 감 놔라 배 놔라를 쉽게 하고 싶은 그들로 인해 개인들은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특히 취향 존중을 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집단주의는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요구일뿐이다.


불편함을 인지한 개인은 그렇게 나만의 정답지를 찾아 삶을 탐구하고 있다. <개인주의자 선언>에 따르면, 합리적 개인주의자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회를 이루며 살 수밖에 없고, 그것이 개인의 행복 추구에 필수적임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개인주의는 이기적인 것이 아닌, 집단주의보다 더욱 공정한 규칙을 준수하며 개인의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과 적극적으로 연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 말이죠


옛 말에 그런 게 있다. ‘침묵은 금이요.’ 우직하면서 입이 무거운 사람을 칭찬하는 조상들의 조언이자 충고였다. 그들의 말을 어찌나 충실히 들었던지 자손들은 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임금님의 당나귀 귀를 말하지 못하던 이발사는 끝내 마음의 짐을 얻어 병에 걸렸고, 그를 해결하기 위해 대나무 숲에서 외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대나무 숲은 그때부터 폭로의 공간으로 이미지가 구축된 듯하다. 대학별로 익명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는 페이스북의 이름은 OO대학교 대나무 숲이 되었으니까.


삼우실 그림 (@3woosil 인스타그램)

그들에 이어 점점 많은 사람들이 표현을 넘어 불편함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꼰대가 하는 말에 일일이 반박하는 ‘삼우실(@3woosil)’이라는 웹툰에 이어 자발적으로 게으른 사람이 된다는 ‘나이스투니트(@nicetoneet)까지. 공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며 그들은 저자가 되고 대화의 중심에 서게 됐다. 만약 그들이 혼자만 가지고 있었다면 그저 비밀 계정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 안으로 조금씩 우리의 이야기가 스며들면서 백 명을 넘어 어느 순간 만 명을 넘어가게 되고 그렇게 사회문제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현재 2030대는 이렇듯 자기표현이 확실하다. 혼밥을 좋아하는 걸 보면 극단적 개인주의자 같아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통을 갈구한다. '우리'라는 공동체주의에 지친 밀레니얼은 적극적으로 혼자가 되길 바랬지만, 정서적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또다시 오프라인에서 자신과 타인의 감성을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살롱문화'가 성행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가벼운 만남들에 피곤함을 느끼게 되고, 고민을 토로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 각자의 돌파구를 찾기 시작하며 살롱문화를 통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며 그들은 정서적 공허함을 하나둘씩 벗어던지고 있다. 이렇듯 정신이 특징인 인간에게 육체는 정신의 작용 수단이자 표현 수단이다. (Coreth, 1986) 물질적 욕망을 채우면 당연히 행복할 줄 알았지만 점점 자본의 노예가 됨과 동시에 나의 정신을 통제하는 방법을 모른 채 살았지만,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은 새로운 연대를 이어간다.


당신의 불편함은 무엇입니까? ; '불편함' 감정 업사이클링

정서적 공허함을 벗어던지는 데서 조금 더 나아가 개인적 생각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제로 변화를 위해서는 공동체가 개인을 이해하는 연습이 선행돼야 한다. 개인의 삶의 환경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사람마다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다. 불편함을 직접 생각해보고, 청년들과 각자 해소하는 지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나아가 콘텐츠를 통해 쓸모 있는 무엇으로 재탄생시키는 활동을 진행하고자 한다.


활동내용

- 공감하기 (대화하기)

- 표현하기 (글쓰기)

- 만들기 (작은 에세이집)


주차별 세부활동 내용

시간이 두 시간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모집일정

9/16 (월) ~ 9/25 (수) 인뭔 모집

; 9/27 (금) ~ 11/8 (금) : A그룹 1차 모임 시작 (격주 금요일 모임 진행)

; 9/28 (토) ~ 11/9 (토) : B그룹 2차 모임 시작 (격주 토요일 모임 진행) 


모집인원 및 모임위치 안내

1) A그룹 (12명): 학업 중이거나 특별한 소속이 없는 2030 청년

- 위치: 도토리홀 in comfy Note (서울 관악구 신림동 1587-15 지하 도토리홀. 

         신림역 5분 거리)


2) B그룹 (12명): 회사를 다니고 있거나,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는 2030 청년

  - 위치: 청년교류공간 (서울 마포구 방울내로5길 42, 마포구청역 6번 출구)

 * 더 깊은 공감을 위해 A,B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신청방법

구글폼 :https://forms.gle/rW5WELcLogJGrFz59  에 들어가 신청 부탁드립니다.
참가비 10,000원 (단 3회 이상 참여하신 분들에게는 활동 종료 후 환급해드립니다.)


혜택

감각적인 노트, 연필, 글쓰기 능력, 좋은 사람들, '불편함' 해소 노하우


나를 발견하고자 하는 자아탐색의 노력은 다양하다. 자아탐색의 제일 최상의 방법은 행동이라 생각한다. 함께 탐색하고 뒤이어 사회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발견하고, 이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법을 함께 공유하고, 방법이 없다면 해소할 방법을 고민해본다.


평소였으면 생각하지 않고 익숙하게 지나쳤을 불편함을 발견하면 숨겨뒀던 나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마음 편히 불편함을 토로하고, 불편한 마음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나의 무언가로 발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시간. '불편함' 감정 업사이클링과 함께 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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