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면접 이후 다시 깨닫게 된 사실
3년 차. 애증의 관계. 너무 좋아하고 애정 해서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몸과 마음을 모두 담아 분쇄되는 순간이 올 때도 있었지만 결국 나는 이 관계를 놓칠 수 없었다.
곁에서 보는 남편은 매해 같은 말을 했다. ‘적당히 해.’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서 바라보라는 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오랜 연인이었던 남편에게 우리의 관계를 납득시키듯 말했다. 지난해. 남편은 내게 ‘적당히가 안 되겠어?’ 대답은 한결같았다. 응. 안돼.
질긴 인연은 프리랜서를 시작한 년도였다. 밀도 있는 경험이 필요했던 나는 무턱대고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을 들고 면접장에 찾아갔다. 어제자로 공간 장례식을 치렀던 <행화탕>에서 면접을 봤다. 편안한 상태에서 사람들과 대화했었던 기억.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더랬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위로를 받았다. 내가 과연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을 때 공감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둘러싸여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할 수 있겠다”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사회생활을 하며 스위치를 꺼 주었던 방청객 모드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나보다 나를 더 지지해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뿌옇게 쌓여있던 먼지를 털어내고 드디어 스위치를 켜던 순간. 발걸음이 달라진 나를 느꼈다. 면접을 본 그날. 신이 나서 엄마에게 전화했다. 쫑알대는 나를 보며 “그렇게 신나?”라고 말한 엄마는 이미 예언했던 것 같다.
5년째, 매일 아침 그리고 저녁때 묻는 질문. “나 지금 괜찮은가?” 한 달 중에 안 괜찮다고 대답하는 날이 절반 정도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질문한다. 그랬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억지로 괜찮은 척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탈이 난다. 존재 상태를 파악하는 게 나를 살피는 노력의 일환이다. 나를 잘 살펴야만 주위를 살피고, 나아가 사회를 살필 수 있다. 괜찮다는 질문을 하지 않은 요즘이라 그런 건지 사회를 살피는 게 참 힘들었다.
안녕하신가요? 요즘 밤에 잠을 잘 자고 있어요? 이 주에 한 번. 괜찮다는 질문을 함께 했던 따뜻한 공간. 너와 나의 성장을 독려하는 커뮤니티에 운 좋게 3년째 참여하고 있다. <청년인생설계학교> 프로젝트 코스 참여자에서 멘토로 3년 차 참여하는 나는 또다시 안녕을 함께 묻는다.
나의 프로젝트를 하나 끌어간다는 건 '꽤나 큰 에너지가 드는 작업'이다. 혼자 계획을 짜고 하나를 완성시키는 에너지는 꾸준한 동기부여 없이는 진행하기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잘 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아주 작은 다이어트 계획도 우리는 혼자서 하기 어려워서 크루를 만들어서 진행하는 것처럼 말이다.
프로젝트 참여자에서 멘토로 3년 동안 참여하며 느끼는 바는 단 한 가지. 우리는 서로의 동료이자 멘토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개인의 경험은 충분히 값지다. 경험하지 못했던 영역을 서로 공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나의 프로젝트의 길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중간에 큰 장벽에 부딪히면 잠깐 넘어지기도 하고 쓰러지기도 한다. 그때 옆에 한 사람이라도 손 잡아주게 되면 언제 울었냐는 듯 무릎을 훌훌 털고 일어나는 동료들. 교육은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 속에서도 화학작용을 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교육의 주요 역할은 배우려는 의욕과 능력을 몸에 심어 주는 데 있다. ‘배운 인간’이 아닌 계속 배워 나가는 인간을 배출해야 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란 조부모도, 부모도, 아이도 모두 배우는 사회이다. - <길 위의 철학자> 중에서
이 과정을 통해 느꼈던 바는 교육은 분명 일방향이 아니라는 것. 한국 사회의 주입식 교육 교육. 선생님에서 학생으로 오는 일방향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인생설계학교에서는 멘토와 각 소그룹이 있다. 세 명에서 네 명 정도 되는 그룹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개인 프로젝트를 공유한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은 잘하고 있는지, 진행상황에 대한 공유보다 그래서 지금 나는 어떤 존재 상태인지를 서로 파악하는 것이다.
서로의 존재 상태를 이해하고 나서야 내 프로젝트가 왜 그렇게 진행되는지 납득할 수 있다. 무조건 숙제를 안 하면 혼나던 기존의 교육과는 달리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하나의 일을 완수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고 그 안에 서로 지지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일로 만난 사이. 참여자에서 운영자로 한 단계씩 진화할 때마다 점점 객관성을 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 면접 때도 나에게 묻고 있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그리고 나는 왜 동료가 필요한 걸까?'
누군가에게서 또 다른 배움을 성취하는 건 큰 즐거움이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들, 능력밖에 있는 것들을 척척 해내는 사람들을 통해 '부러움'을 느끼고, 나아가 꾸준히 나에게 질문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강점혁명>에서도 배움 테마의 소유자는 배우는 것을 무척 좋아해 결과보다 과정에 더 흥미를 느낀다고 한다. 무지에서 앎으로 꾸준하게 계획적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활기를 얻는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기대와 신념을 바로 '자기 효능감'이라 부른다. 프로젝트코스 안에서 우리는 먼저 성취할 수 있다. 액션플랜의 과정을 통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분기별로 쪼개고, 매달로 쪼개며 주별 목표를 찾아 시간마다 성취할 수 있다는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작은 경험을 통해 수행 성취경험을 늘려준다. 게다가 동료들과 함께 나의 프로젝트를 공유하며 과정을 함께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어떤 일이든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의 프로젝트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세가 생긴다.
우리는 모두 학습을 통해 성취해온 사람들이다. 다만, 아직까지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자기 효능감을 발견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작은 것들을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작은 성취에 대해 충분히 칭찬해주는 법이 없다. 당연한 결과니까. 이 정도쯤이야. 아주 작은 성취부터 나에게 칭찬해 주는 연습. 그리고 성취를 칭찬해 줄 동료 한 사람 정도를 옆에 두는 것. 배움을 향한 능동적인 태도가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나를 위한 기대와 신념을 저버리지 않는 방법은 작은 노력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