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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지 Jun 20. 2021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N잡러가 되고 싶다면

우리는 철학자처럼 살 수 있을까?

지난 토요일 그 날은 그릇만 닦으며 끝났다. 포스기 앞에서 웃느라 힘들었던 하루. 고달프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손님이 많은 게 좋지 하며 위로한다. 명색이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이 된지 5개월차. 지금은 2주 전이 그립다. 요즘에는 2월 이후 역대 최저 매출을 갱신하며 그와 나는 생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돈은 어떻게 버는 걸까. 카페를 시작하며 돈 버는 법을 까먹은 것 같았다. 그저 관리비와 운영하는 비용을 메꾸는 데 급급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 사장님이 된 나를 부러워했다. "와 어떻게 이렇게 성공했어? 대단하다." 두 층을 운영하는 걸 보면서 감탄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고.'


결국 경험해 봐야 알게 된다는 깨달음


재작년 시에서 공간을 얻기 위해 10팀 간 경쟁 PT를 했다. 누구보다 논리적으로 또박또박 발표 잘했는데. 결선에서 떨어진 것이 너무 아쉬워 차 타고 오는 길에 울었던 게 기억난다. 이를 갈면서 꼭 해내리라 했던 내 다짐과 무색하게도 지금은 너무 불안하다. 행복하지 않아서. 닭장 속에 갇힌 날지 못하는 닭 같은 느낌이랄까. 꼬끼오하고 큰 소리로는 울고 있는데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현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에도 크게 즐겁지 않은 날들이 반복됐다.


어느 날부터 위로 받고 싶어 철학책을 폈다. 학교 다니면서 답이 없을 때마다 꼬리를 물고 질문하다보면 어느 순간 혼자만의 해답을 깨우쳤던 때를 떠올리며 말이다. 그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의 말이 끄덕여지는 순간에 펜을 든다. 답은 없어. 그냥 지금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 이런 것일 뿐.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하고 이야기를 통해 화학 작용하는 내 모습이 좋았다. 나의 말을 전하고, 그들이 직접 행동하고, 그 행동을 통해 서로가 다시 감화하고. 이 과정이 행복했다. 인간 개인은 단순히 생각하는 주체가 아니라 행동하고, 느끼며, 살아가는 주체자라는 실존주의자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만든 공간에서 혼자만의 치열한 사투를 벌이다가 아주 가끔 강연을 나간다. 초청을 받거나, 혹은 공식 석상에서 마이크를 잡으면 'N잡러'라고 소개한다. 한 단어로 나를 규정할 수 없고, 정말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때도 있다. N잡러 이후에 설명하는 나의 말은 '본업은 작가이고, 글 쓰는 작업을 통해 저의 부캐가 탄생했습니다'고 소개한다.


행복이 도대체 뭐길래


"그냥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면 돼. 힘든 상황이 와도 괜찮다고 말하면 괜찮아지는 법이거든." 이를 악 물고 아등바등 살던 날의 연속이었다. 여전히 나는 그렇다. 그런 나를 보며 아빠는 습관처럼 말한다. 그냥 다 내려놓고 찬찬히 하면 된다고. 몇 번이고 아빠에게 반문하고 싶지만 요즘에는 아빠 말이 다 맞을 수도 있겠다고 수긍하고 포기해버리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 순간을 모면하고 싶어 회사에 다시 입사하고 싶기도 하니까.


글 쓰면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는 자신의 본성에 맞는 능력을 발휘할 때 가장 탁월하고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행복은 곧 탁월한 이성적인 활동이라고, 곧 개개인의 탁월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결국 나도 행복하고 싶어서 그리고 나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글 쓰는 걸 업으로 삼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아리스토텔레스도 N잡러였다. 이미 모두 뜻을 알고 있는 이 단어는 2개 이상의 일을 가진 사람들을 칭하는 말로,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상황이다. 하나의 직장을 근속할 수 없는 세대. 할 수 있는 한 다양하게 전문성을 가져야만 불안한 노동사회에서 일을 구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생각 때문이기도 하고, 수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수입은 꼭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래서 뭘 했길래


모두 알다시피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다. 본인의 삶을 음미하고 탐조할 수 있는 삶이 행복의 기본임을 말했던 그는 탁월성을 강조했다. 곧, 개인 자신이 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잘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우리는 삶과 행위를 통해서 존재하기에 활동을 통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 중


그래서 일까. 그는 많은 것들을 시도했다. 그 과정을 통해 물리학, 시, 논리학, 수사학, 윤리학, 생물학, 도덕 등의 책을 펴내어 그리스 철학이 현재의 서양 철학의 근본을 이루는 데 이바지 한 인물이다. 역사 속의 N잡러였던 그의 행적이 궁금했다. 어떻게 이 많은 일들을 해냈을까.


기록했다. 말로 떠드는 것보다 설명해야 할 사실, 눈에 보이는 현상이 어떤지 관찰하고 분석해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데 더 관심을 기울였다. (아리스토텔레스 X 조대호, 아르떼)


끊임 없이 읽었다. 당시 고대 그리스는 광장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토론하는 것을 중시했다. 독서 애호가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관찰해야 할 사실에 대해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펼치기 위해 끊임없이 읽었고 이를 활용했다.


상상했던 것을 그림으로 그렸다. 상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화 시키는 것이다. 당시 생명계의 기본 질서를 확인하고자 그는 '생명의 나무'를 그렸다. 모든 생명체는 한 뿌리에서 나온 가지처럼 하나에 유래하며 시간에 따라 여러 종이 탄생했다는 그림이었다. 그림을 통해 그는 질서를 파악하고 이를 쉽게 설명할 수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적인 것에 대한 사유의 과정(형이상학) 역시 스케치와 그림을 통해 다룰 줄 아는 사람이었다.


길을 잃은 한 마리 어린 N잡러에게 그의 실천은 나를 가볍게 만들었다. 활자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나를 위로하고 나에게 방향을 제시해주기에 이른다. 그는 철학은 개별 존재자에 묻고 그 자체에 대해 묻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철학을 만든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답은 너의 물음을 답하는 데 부터 시작해야 해."




참고서적


<아리스토텔레스> 조대호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 모티머 J.애들러

<세상을 바꾼 철학자들> 희망철학연구소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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