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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지 Jul 05. 2022

좋은 하루와 마음을 만드는 법

햇살을 받으며 아침에 이걸 하면 좋습니다만

매일 아침 여섯 시. 잠깐 눈 감았다가 떴는데 아침이다. 올해 초였다면 한참 자고 있을 시간인데 이번 달부터는 조금 달랐다. 무거워진 몸을 내 육체가 견디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이 오면 허리도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결혼 이후로 최고의 몸무게를 도달한 지금. 아픈 허리를 견디지 못하고 남편과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게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라는 말과 동시에 내 마음으로 공을 세게 날렸다. "최근에 살이 많이 쪘나요?" 마음이 따끔거렸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실이었기에 아주 작은 대답과 함께 고개를 살짝 끄떡였다. 그리고는 알게 되었다. 엄청난 생리통이 있던 고3 시절. 그때도 역대급 몸무게를 찍었더랬지. 




역대급 몸무게와 역대급 마음


최고치의 몸무게를 갱신했다는 깨달음이 있기 전까지 신나게 먹었다. 그리고 움직임 없이 먹고 나면 바로 누웠다. 먹지 않으면 뭔가 짜증이 났다. 가게를 오픈하고 자영업자가 됨과 동시에 밥 먹는 시간은 들쭉날쭉. 밥을 먹고 있는 도중에 항상 손님이 들어왔기 때문에 가게에서 무언갈 먹는 건 사치였다. 


매일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저녁을 늦게 먹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아침을 제대로 먹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매일 늦게까지 일을 하고 느지막이 일어나 급하게 가게를 출근해야 했기 때문이다. 둘 중에 한 사람이라도 늦게 준비하면 서로 잘못을 탓하느라 하루가 엉망진창이 되었다.


매일 얼굴 위에 책을 올리곤 후회스러운 하루를 돌아봤던 것 같다


즐거워야 할 일터에서 매일 욱하는 마음이 들었다. 청소가 안 되어 있어서. 비가 와서. 파리가 들어와서. 탓할 것들 투성이었고 작은 원인들로 인해 즐거움을 찾는 게 어려워졌다. 욱하는 마음이 점점 커져버려서 손님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닐까 불안했다.


역대급 몸무게를 갱신함과 동시에 나의 역대급 마음이 나타났다. 몸은 누구보다 너그러워졌는데 마음은 쪼그라들었다. 몸의 크기와 마음의 크기는 딱 반대가 되었다. 내 마음의 크기는 이렇지 않았는데. 자꾸 남 탓을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다이어트에서 시작한 산책


계기는 분명 다이어트였다. 무거워진 몸을 유산소 운동으로 열심히 움직이면 살이 빠지겠거려니 했다. 일주일에 세 번 어느 시간에든 운동을 하기로 부모님과 약속을 했다. 사실 운동의 계기도 우리 엄마 덕분이었다. 엄마는 내 몸을 보더니 심각함을 감지했다. 최근 몸이 아파 힘들어하는 엄마는 더더욱 내게 말했다.


"둘 다 운동해야겠다. 운동 안 하면 매주 만원씩 벌금. 어때?"


그 벌금으로 우리가 치킨 사 먹는 게 아니라 벌금을 모아 서로의 부모님께 식사를 대접하라는 미션이었다. 첫 주에는 완벽하게 실패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걸 실패했고 결국 둘 다 만원씩 적립했다. 다음 주에도 실패하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좋은 하루와 마음을 만드는 이것


우려와 달리 일찍 산책을 시작했다. 지난 두 달 동안 곡 작업을 하느라 잠자는 시간이 줄어든 남편 덕이었다. 남편은 매일 하루 네 시간 정도만 자도 눈이 떠진단다. 열두 시에 자면 네시에 일어나는 삶. 어르신이라고 놀리긴 했지만 덕분에 산책을 나가게 됐다.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한 아침 산책이었는데.


우리의 목적은 바로 건강이었다. 우리의 전성기로 돌아가자는 것. 살이 찐 만큼 무리하지 말고 열심히 걸어보자 생각했다. 그래서 찬찬히 열심히 걸어보기로 했다. 몇 개월 전 나 혼자 걷던 길을 남편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걸으면서 생각지도 못한 시간을 보내게 됐다.


어제 그리고 며칠 전 우리가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밥 먹으면서 앉아서 티비를 볼 때는 각자 앞만 보고 같은 이야기를 볼뿐.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없었다. 그런데 산책을 하면서는 같은 곳을 향해 걸어가면서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게 된 것이다.


같이 길을 걸으면서 공간을 함께 공유하게 되었다. 뭐랄까. 더욱 너그러워진 기분. 물에 축축하게 젖어있어서 쪼그라들었던 내 마음이 햇살을 받았다. 햇살을 받고 대화를 하면서 조금씩 말라갔다. 젖어있던 마음을 빨랫줄에 널어놓고 산책을 통해 바람이 솔솔 불었다. 그렇게 쪼그라들었던 마음이 점점 펴져갔다.


산책은 지금 내 삶에 변곡점을 만들고 있는 게 틀림없다. 



가끔 너무 미워서 미칠 것 같았던 나의 남편이 그냥 좋다. 무슨 일을 하던 어떤 장난을 치던 귀엽고 좋을 뿐. 어떤 행동을 해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건 그가 어떤 과정에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기에 '모든 과정'을 응원할 수 있다. 


세로토닌 때문일까. 의욕을 만드는 게 도파민과 세로토닌이라고 한다. 행복감과 편안함을 주는 세로토닌이 많이 방출되는 탓에 하루가 점점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이 마음 상태를 지속하면서 내 일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만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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