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예지 Jan 06. 2023

올해는 조금 더 행복해지기로 결심했다

평정심과 단순한 행복 찾기

브런치에서 160일째 작가님을 보지 못했다는 알람을 받았다. 벌써? 가만히 들어와 예전에 써 두었던 브런치 글을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내 관심사에 따라 변화하는 글을 보면서 지난 나의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프리랜서에서 이후에는 팀으로 그리고 회사로. 이러한 소용돌이 안에서 온전히 내 시간의 조각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아침에 눈곱을 떼자마자 오는 전화들. 처리해야 하는 일들. 갑작스럽게 물어보는 질문.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무슨 일이지?' 하면서 불안해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바로 전화로 응대하는 게 아니라 어느새 머리를 굴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전화를 안 받아도 되려나. 어떻게 핑계를 대야 하지. 결국에는 다시 전화를 걸어 용건을 물을 텐데. 결국 나도 상대방도 두 번의 일이 될 걸 알기에 이젠 전화를 피하지 않는다.


벌써 2023년의 6일이 지났다. 곧 10일이 되고 또 12월이 되겠지?


전화를 피했던 가장 큰 이유는 '내 시간을 타인에게 빼앗긴다.'는 불안함 때문이었다. 전화를 하면 최소 1분에서 정말 길게는 15분까지도 시간이 소요된다. 그 시간은 여러 장의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업무 몇 가지를 처리할 수도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시간의 중요성을 깨달은 건 대표로 일을 하면서부터다. 주도적으로 일하지 않으면 정말 쉽게 일에 휩쓸리게 된다. 특히 책임질 공간과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기니 매일 머릿속에는 그 일이 둥둥 떠다닌다. 잔여물처럼 남아있는 여러 일들이 지금 집중해야 할 일을 장벽처럼 가로막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시간을 쪼개어 금처럼 쓰고 있냐고?


사실 아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바로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넷플릭스를 켠다. 볼만한 게 있는지 영상을 쭉 돌려본다. 내가 보고 싶은 게 있어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볼만한 게 있나 찾는다. 이 태도부터가 문제다. 보고 싶은 영상을 보는 게 아니라 '볼만한 게 있나?'라는 탐색의 태도부터가 잘못되었다.


작년에 보았던 드라마와 영화 개수를 체크해보니 드라마는 19개. 영화는 10개였다.  미처 생각나지 않는 유튜브 콘텐츠는 이 안에 넣지도 않았다. 정말 수많은 영상 콘텐츠에 나의 시간을 갈아 넣고 있는 거였다. 좋은 스토리를 보면 뭘 하나. 그 스토리에서 받았던 감동은 제대로 표현해보지도 못했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같이 뿌듯함을 느꼈고, <나의 해방일지>의 미정이를 따라가면서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그리고 미정이의 웃는 모습을 보며 위로를 받았던 그 감정을 나누지도 못했는데. 그렇기에 콘텐츠를 충분히 즐기지도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면서도 바쁘다는 말을 매일 입에 달고 살았다. 영상을 볼 시간에 미리미리 해야 할 일을 처리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 부모님 그리고 우리 남편과의 시간에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어


사진첩을 보고 일기를 보면서 작년 한 해를 회고했다. 약 한 달이라는 시간을 꼬박 회고하고 있다. 꽤 많은 일이 있었고,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었다. 일기장을 보면 '힘든 것' 투성이인데 사진첩을 보면 '재미있고 행복한 순간' 투성이인 것이 놀라웠다. 올해를 회고하면서 아주 우연히 어릴 적 일기장을 펼쳐보았다. 신기한 게 그땐 재미있는 시간이 더 많았나 보다. 그 때의 나는 부모님께 부르부르 노트를 받아서 즐겁고, 친구들과 피구를 해서 재미있고, 이종사촌이 와서 함께 노는 시간들이 정말 행복했다고 한다. 그 시절의 내가 엄청 부러웠다.


일기장을 열심히 살펴보니 딱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집중. 어린 시절의 나는 순간에 완벽하게 몰입하고 있었다. 그 몰입 덕분에 재미 있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래. 이거지. 몰입하기. 그때도 같았을 거다. 전화가 오지 않더라도 해야 하는 것도 있고, 바빴을 텐데 그 순간마다 열심히 숙제를 하고 그다음에는 재미있게 놀았겠지.


동생과 함께한 새해 여행. 힘들다고 동생에게 칭얼댔지만, 정말 행복했던 것 같다. 예쁜 펜 덕에 글씨쓰기가 행복해.


단순하게 한 해 회고만 한 것일 뿐인데 올해의 살아갈 방향과 기운을 얻게 되었다. 몰입하기. 최근에 내가 몰입한 시간을 떠올려 봤다. 다행히도 하루에 한 번은 있다. 요가하는 시간. 남편과 둘이 매일 요가원에 가서 요가를 하고 명상하는 그 시간에는 충분히 몰입하고 온전히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행복하다.


태도를 바꿔보면 행복해질 것 같아


최근에 글을 쓰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이 재미없다는 거였다. 왜 재미 없지 곰곰이 생각했다. 글을 보니 온통 일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었다. 물론 직장 다닐 때의 나와 비교하면 훨씬 재미있게 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인 글들은 좀 형식적이었다. 그저 나를 설명하고 치장하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재미가 없는데 다른 사람들도 재미있겠냐고!


보여주는 글을 쓰게 되니 예전에 재미있던 글을 쓸 때와 느낌이 달랐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이 없어진 거다. 칙칙폭폭 열차가 가기 위해서는 땔감이 필요한데 그 땔감이 바싹 말라있지 않고 축 젖어있었다. 그러다보니 불이 타오르지 않았다.


이젠 재미있는 글을 쓸 참이다. 내가 재미있는 순간은 바로 온전히 몰입하게 되는 시간이다. 몰입하고 자꾸 나의 생각을 깨우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작년에는 마음이 유독 속 시끄러웠다. 좋아하는 사람의 부고, 제일 사랑하는 사람의 질병, 그리고 새로운 일의 시작. 나에게 집중할 노력을 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휩쓸려 다녔다.


작년 한 해 회고를 하면서 내가 올해 집중할 키워드를 정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신나게 공표하고 다니고 있다. 평정심. 사고 같은 순간이 다가와도, 갑작스러운 연락이 오더라도 '몰입'하는 태도를 만들기.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평정심이 필요하다. 딱 3분의 시간에만 갑작스러운 시간을 정리하고 나에게로 다시 돌아오기.


또 찰나의 순간을 생각해야지


어린  아이가 상상력이 풍부한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하기 때문이다. SF의 거장인 레이 브래드버리는 이런 말을 했다. “생각하지 마라. 생각은 창의력의 적이다. 그것은 자의식이며 자의식이 있는 모든 것은 형편없다. 우리는 일을 하려고 노력할 수 없다. 대신 단순히 일해야 한다.”


아이들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찰나의 행복의 순간을 잘 발견해 엄마에게 말한다. 어릴 적 나도 마찬가지다. 부모님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동네방네 소문내고 내 일기장에도 잘 적어둔다. 반대로 지금의 나는 복잡하다. 해야 할 일이 있고 만나야 할 사람, 그리고 집안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어묵 덕분에 따스한 새해맞이를 했다. 고마워 내 동생.


그렇다고 행복한 시간이 없을까? 떠올려보면 또 아닌 것 같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행복한 순간을 서술해보자면 이렇다. 이른 아침 일어나 찻잔에 뜨거운 물이 쪼르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마음속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일찍 일어난 나 자신이 기특했다. 찻잔에 물을 붓고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을 폈다. 미뤄뒀던 책 뒷부분이었는데 역시 재미있었다.


찰나의 순간을 생각하고 또 단순하게 적어봐야겠다. 올 한 해는 단순한 행복을 발견하는 내가 되기를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하루와 마음을 만드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