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세네카 붕괴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
'세네카 붕괴'라는 말이 있다. “세상 모든 것이 나타나는 것처럼 천천히 없어진다면 나약한 우리 인간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성장의 속도는 더디고 파괴의 속도는 빠르다.”는 로마의 철학자인 세네카는 2000년 전 세네카 붕괴를 언급했다.
기록은 쌓인 시간을 확인하게 한다.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누구를 만나 행복했는지 알게 만드는 중요한 도구다. 사람들은 꾸준한 기록을 응원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꾸준히 한 사람, 꾸준히 글 쓴 작가들은 시간을 잘 쌓았기에 박수받아 마땅하다. 이를 한 번에 극복할 수 없기에 작년 말, 세네카 붕괴를 경험했다.
사색의 시간이 없었다. 사색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의 이치를 파고들어 깊이 생각함', '이론적으로 사유함'으로 사유(마음으로 생각함, 개념 등) 보다 생각의 본질을 뜻한다. 즉, 사유의 단계를 거쳐 사색의 시간에 도달해야 문제의 깊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가게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생각의 모든 초점은 매출이었다. 잠깐 커피 향을 음미하며 사색할 수 있는 찰나의 시간도 없었다.
사색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록으로서의 메모가 필요했다. 찰나의 시간을 몇 분의 시간으로 늘리기 위한 소소한 노력이다. 이후에 보면 큰 변화를 일으킬 작은 움직임. 그래서 지금 선행하는 작업이 일기 쓰기, 모닝페이지 쓰기, 그리고 독서노트 쓰기다.
위 작업을 수행하면서 여러 가지가 아쉬웠다. 일단 메모를 하고 다시 확인해보지 않았다. 메모를 잘하는 것보다는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할 텐데. <메모의 마법>에서도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 또 강조했다. 메모를 하는 것은 글씨를 쓰는 행위이다. 이 행위를 넘어서 다시 펼쳐보는 습관을 먼저 가져야 한다. 곧, 기록으로서의 메모를 넘어서 지적 생산을 위한 메모를 위해 방법론을 고안한 마에다 유지는 메모를 꼭 해야 하는 아래 이유를 강조했다.
1. 지적 생산성이 증가한다.
2. 정보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3. 경청하는 태도가 길러진다.
4. 구조화 능력이 발달된다.
5. 언어 표현력이 향상된다.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보니 메모의 좋은 점은 꽤나 많았다. 제일 좋았던 점은 나의 주요한 고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는 것. 그리고 전에 했던 메모와 연결고리를 발견해 해답을 찾아내는 점이었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놓칠 위험이 줄어들었다.
20살 때부터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평상시에도 작은 메모장을 들고 다녔다. 메모에 집착하게 되었던 시기는 바로 <대학내일> 리포터 시기였다. 매주 인터뷰이를 만났고, 그들의 말을 토시 하나 놓칠 수 없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사전 정보를 뛰어 넘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여 상대방의 입말을 독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전 작업이 바로 메모였다.
당시 메모를 정리하며 신기했던 순간을 꼽아보자면 처음 인터뷰를 할 때와 마지막 인터뷰를 했을 때의 변화였다.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메모를 하면서 인터뷰이가 하는 말의 주제, 들어갈 정보를 정리하다 보니 꼬리 질문도 더 체계적으로 변화했다. 꼬리 질문을 묻는 방법을 이해하면서 머릿속도 깔끔해지고 대화가 더욱 깊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메모는 구조화 능력을 키우는 데도 유용하다. 구조화 능력이란 진행 중인 이야기의 전체적인 구조를 한눈에 파악해 내는 역량이다. 말하는 사람이 어떤 화제를 어떤 목적이나 방향으로 어디까지 이야기하고 있는지 순간적으로 파악해 내는 것이다.
<메모의 마법>의 저자인 마에다 유지도 저와 같은 경험을 했던 것 같다. 메모를 통해 어떤 목적이나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핵심메시지를 파악함으로써 말의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메모의 저력은 '지적 생산을 위한 메모'에서부터 온다. 이 메모를 통해 매일 글 쓰는 습관을 길렀다고나 할까. 이 방법에 대해서는 바로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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