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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지 May 03. 2023

기록이 체질인 사람들

<아임디깅 2023> 전시를 다녀와서 (전시후기)

내 마음 깊은 곳, 심연입니다. 다른 뜻으로는 '점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구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구렁에서 나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바로 기록입니다.


기록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기록하는 사람은 예쁩니다. 자연스레 내면의 아름다움이 묻어나옵니다. 기록을 하면서 사려 깊어질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깊게 생각할 수 있게 되죠. 구체적으로 직면한 문제를 그냥 생각하는 게 아니라, 써 내려가면서 더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죠. 그만큼 배려심이 생기기에 어느 그룹에 있든 빛이 나는 사람이 됩니다.


기록하는 사람은 여유롭습니다. 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없어지거든요. 기록하며 내 시간을 관리하게 됩니다. 나아가 조금 더 여유롭게 나를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노트를 펴고 펜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적는 것 또한 누군가에게는 부담일 수 있습니다. 키보드로 글자 쓰기보다는 고도의 작업임에 틀림없습니다.


딱 일주일 전, 합정역 인근 스탠다드에이에서 진행하는 <아임디깅>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기록할지, 그리고 기록을 통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전시명: <아임디깅 2023: 나름의 성실로 열매 맺는 쓰는 생활>

위치: 스탠다드에이 서교점

일시: 2023.04.22 ~ 05.07 *오늘을 기점으로 3일이 남았다!

시간: 60분 *글을 좋아하신다면 시간 부족 주의!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마법


기록은 나를 탐험하게 하는 도구더군요. 노트를 통해 이 사람과 연결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노트로 그들의 세계를 탐험한 느낌이었는데요. <아임디깅 2023>을 다시 한번 가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유1. 공간 자체가 주는 매력도가 높았다

아임디깅 전시가 진행되는 공간은 '스탠다드에이 서교점'이었습니다. 나만의 취향으로 집안 곳곳을 꾸미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쇼룸을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소소문구 전시가 이뤄지기에는 딱 알맞은 공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일기장을 들고 침대 맡으로 가서 쓰기도 하고, 혹은 폭신한 소파에 기대어 노트를 읽기도 하니까요.


이유2. 능동적으로 기록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기록에 대한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 전시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임디깅 2023> 전시 역시 참여자들이 글을 따라 쓰거나, 도장을 찍을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디깅 노트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더라고요. 참여자들과 상호작용(인터렉티브)하는 전시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3. 굳이 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한다.

문구인 김규림 님은 "굳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불필요함이 좋다. 굳이 뭐 하러?라는 질문 뒤에 따르는 대답에는 유독 '좋아서'라는 내용이 많이 따라오는데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닐는지. 삶의 곳곳에 '굳이'가 퍼져있는 삶이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굳이' 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진짜일지 모를 일. 기록하는 행위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임디깅 2023>에 전시된 모든 기록이 하나같이 다 좋았습니다. 그들의 매일의 시도가 보였고, 매일의 게으름의 벽을 깨부수는 그들의 노력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매일의 시도가 나의 나이테를 만들어, 더 단단하고 멋진 나무가 되는 과정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거죠.


김규림 님 @kyurimkim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기록. 그녀는 매주 목요일의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소중하게 드러낸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발견하고 나아가 이후에 나의 행동을 정리하는 사람.




 올리부 님 @memyselfolive


모든 사람들에게 응원대장이 되고 싶다는 사람. 응원을 통해 그녀의 사려 깊음이 드러난다. 매일의 영감수집을 통해 그녀의 일은 더 단단해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책을 읽는 건 '다양함'을 이해하기 위한 그녀의 노력이라는 말이 와닿는 오늘.




"나름의 성실로 열매 맺는 쓰는 생활"이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쓰는 사람 23명의 다이어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다이어리를 완벽하게 채우지 않았고, 많은 여백이 있었지만 저마다의 씨앗을 나름의 방식으로 꾸준하게 기록하고 있었다는 점이 의미 있었습니다.


마음의 흔적을 알고, 나를 이해하는 게 바로 기록 아닐까요? 삶이 순항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바로 기록입니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기록을 시작해 봐야겠어!

기록이 어려워!

다이어리를 완벽하게 다 못 끝내겠어!


이 모든 분들이라면 <아임디깅 2023>에 꼭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왼쪽 예능 PD 이상미 님의 디깅노트/ 오른쪽 김지현 님의 감탄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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