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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지 Apr 21. 2023

내 마음이 나를 움직이게 해

감정과 움직임의 상관관계를 절대 외면하지 마세요

엄마와 일주일에 한 번은 함께 커피를 마십니다. 그날이면 한 주간 있었던 일을 브리핑하는 거죠. 대부분 제 목소리로 공간이 채워집니다. 작은 틈 사이 엄마의 안녕을 묻습니다. 엄마는 다른 누구보다 계절이 빨리 오고 감을 공기의 흐름을 통해 압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 가족은 엄마를 시인이라고 부릅니다.


엄마의 안부를 묻는 이유는 그녀의 감정이 어떤지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상대에게 감정을 숨기는 게 익숙한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 감정 표현에 참 서툰 편입니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열심히 물어보면 그제야 대답이 돌아오죠.


1. 내 마음의 안부를 계속 물어야 하는 이유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마음의 안녕을 묻지 않았습니다. 분명 똑같이 우울하고 힘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나만 느끼는 게 아니라며 각자의 감정을 터부시 했습니다. 모두 같은 감정을 온당 느껴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때의 우리는 개인의 우울을 외면했습니다. 반대로 요즘은 각자 우울의 이유를 공유하고 서로 괜찮은지 묻습니다.


마음의 안부를 묻고자 저는 글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내 상태가 궁금했거든요. 처음엔 마음의 불쾌를 알기 위함이었습니다. 화나는 감정을 다스리고 싶었습니다. 편안한 감정상태를 만드는 데는 글쓰기가 제격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기도 했고요. 그리고 상담하시던 의사 선생님께서 제게 말씀해 주셨거든요.


"예지 씨는 뭘 할 때 마음이 고요해져요?"

"일기 쓸 때인 것 같아요. 일기쓰면 세상이 조용해져요."


2023년도 일기장, 칸이 작아서 다른 일기장을 써 볼까도 고민 중


감정과 나를 분리할 수 없을 때, 일기를 쓰면 저 멀리서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를 인지하자 내 감정이 나를 움직이는 동기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책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에서도 역시 사람의 생각과 동기는 언제나 감정 프로그램에 기반한다고 설명합니다. 감정을 중심으로 우리가 사는 현재의 삶을 전환하게 된다는 건데요.


즐거움을 느끼면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합니다. 도파민은 우리의 주의 집중, 기억, 집행기능의 활발한 발휘에도 필수적인 물질입니다. 적정 수준의 도파민 분비 증가는 만족감, 창의력, 호기심 등을 높아지게 하죠. 


도파민 회로가 활성화됨에 따라 편도체가 자극이 되면 우리는 에너지를 받게 됩니다.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동기가 생기게 되죠. 의욕이 생긴 우리의 뇌는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만들 수 있게 기억을 정리하고 나아가 뇌 회로를 긍정적으로 변환시키게 됩니다.



2. 감정과 움직임의 상관관계


감정을 의미하는 emotion이라는 단어는 실제로 motive 동기의 어원인 라틴어 movere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만큼 동기는 감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언어를 통해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쾌락주의 철학을 설파한 에피쿠로스 학파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하는 성향을 가진다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그들은 동기 이론에 대해 구체적으로 탐구하죠.


감정은 나를 움직이거나 멈추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그렇기에 감정에 대해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인지란 '생각'이나 '앎'과 같은 말입니다. 뇌에서 생각하는 과정 전체를 설명하는 게 바로 인지입니다. 결국 내 감정을 이해하고, 나아가 감정을 생각하는 과정을 거칠 때야 비로소 내 움직임의 원인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하기 싫은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이유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하기 싫은 일을 생각하면 불쾌한 감정이 먼저 뇌를 자극하며 일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즐거운 감정이 생기며 일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기죠. 



나의 감정이 일렁이는 일을 생각해 보세요.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인지하고 나면 그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목표를 잡아야 합니다. 즉, 개인의 목표를 설계할 때도 나의 감정 모형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동기 모형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질문 : 나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있나요?

1. 매일 하는 일에 대한 나의 감정은?

2. 그 감정을 마주 했을 때 내 상태는?

3. 좋은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할 일은?




제일 좋아하는 일 하나를 꼽자면 요가. 아침저녁으로 남편과 요가를 하러 오고가는 그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 가기 전에는 어디가 불편한지, 다녀와서는 어땠는지 서로의 몸에게 인사를 하는 시간. 이 시간이 흘러가지 않도록 꾸준히 지켜나가자.
- 질문으로 만드는 예지력ㅣ허예지ㅣ한문장쓰기챌린지ㅣ오생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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