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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지 Aug 12. 2024

지나고 나면 보이는 것들

우리 오마카세 먹었어야 했는데


남편과 나의 최애 프로. 한창 코로나가 심각하던 시기, 환승연애 2만큼 재미있던 게 없었다.
오랜만에 도파민을 한껏 느끼고 싶었던 우리는 15화를 틀었다. 


회를 함께 먹는 해은, 규민의 모습을 보았다. 

지연이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 규민이 해은이에게 한 마디를 건넨다.


환승연애2 Ⓒ TVING

- 저건 안먹어 이제?

- 다 먹은 줄 알았어 있었네


규민이가 말을 하자 바로 젓가락으로 집어먹는 해은. 

그걸 바라보는 규민. 

해은이가 좋아하는 게 남아있는 걸 확인하고는 바로 먹을 수 있게 말해주는 세심함이 엿보였다.


사실 그전에 '말로 하는 표현 VS 행동으로 하는 표현'으로 사랑의 방식에 대해서 그 둘은 상이한 모습을 보였다. 해은이는 표현파. 반대로 규민이는 행동파. 늘 움직여서 챙겨주는 규민이는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몸에 배어있는 친절함으로 평창동(당시 숙소)에서 몰표를 받기도 했다.


사랑한다, 좋아한다, 고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해은이는 '늘'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단다. 둘의 입장차이는 꽤 완고했고, 아마 이 문제로 자주 다투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여전히 환승연애 2의 마지막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석양을 등지고 다정히 앉아 연인처럼 장난치던 둘에게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오늘 두 사람의 시간은 끝났습니다.' 


- 우리 저녁 같이 먹었어야 하는데. 오마카세 가야 하는데.

- 그러게. 우리 같이 저녁도 못 먹었네.


어릴 적이라 좋은 음식을 같이 많이 나누지 못했나 싶었는데, 15화를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다시 돌아가, 해은, 규민 그리고 지연, 데이트를 하고 온 나언, 태이가 한 자리에 모였다.  서로 무얼 먹었는지 공유하다 나언이가 '돼지고기 오마카세'를 먹었다는 말에 방청객 모드인 해은이는 "우와~ 오마카세! 너무 맛있겠다!"며 큰 리액션으로 그들에게 부러움을 표했다. 그걸 놓치지 않았던 규민이. 


마지막까지도 규민이는 해은이가 했던 행동, 말을 놓치지 않고 있었던 거다.


환승연애2 Ⓒ TVING




다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게 있다. 유달리 연인 관계에서 더 그렇다. 그땐 전혀 표현하지 않았다 했던 작은 행동들이 모인 게 결국 사랑이었던 거다. 


한창 더운 날씨에 더위를 먹은 채 바닥에 누운 나에게 선풍기 바람을 돌려주는 것.

방에 들어가 화장을 하고 있으면 작은 선풍기를 가지고 들어와 쬐어주는 것.

바깥에서 입씨름을 하고 소파에 누워있으면 "저녁 먹을래?" 하고는 밥을 짓는 모습.


그의 뒷모습에서 사랑을 느끼게 된 건 나도 얼마 되지 않았다. 환승연애를 보고 남편과 대화를 나누며 느꼈다. 예전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각자의 취약성을 서로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사랑의 방식만 다를 뿐 상대방이 나를 사랑한다고 느낄 때,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이다. 





규민이가 해은이를 향한 사랑을 '오마카세'로 표현하고 싶었지만, 그 기회마저 없어졌던 마지막. 차 안에서의 긴 오열은 마음 속에 긴 여운으로 남아있다. 미처 전달하지 못한 마음에 대한 후회. 사랑을 하면 매순간 상처 받는다.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는 건 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을 맞대기로 결심한 건 마음을 혼자 안고 있으면 결국 후회라는 짐으로 남게 된다. 


환승연애2 Ⓒ TVING


스스로 해내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보다 더 안타까운 건, 

바로 전달하지 못한 마음에 대한 후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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