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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지 Aug 19. 2024

오늘도 당신이 쥐롤라를 튼 이유

아침 먹고 보고, 점심 먹고 보고, 자기 전에도 이 영상을 보는 이유


우울할 땐 아무 생각 없이 웃긴 동영상을 켜두는 편이다. 몸개그 같이 억지로 웃기는 것보다는  일상생활을 리얼하게 그리는 콘텐츠를 좋아한다. 주기적으로 보는 콘텐츠는 숏박스의 장기연애. 오래전 그때가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달까. 이걸로는 안 될 때는 조금 더 과장된 일상을 찾아본다. 부캐의 경지에 오른 이창호를 본 달까. 



사실 이번에는 이창호를 찾아본 게 아니었다. 알고리즘을 따라서 움직여보니 어느덧 그의 유튜브 영상에 도달해 있었다. 쇼츠에 그가 따라한 킹키부츠 롤라의 모습과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서 처음엔 웃다가, 정말 그런가? 하고 유튜브 채널 빵송국으로 향했다. 




장르의 융합과 변주


이창호는 알고 있었을까? 그의 이 콘텐츠가 바로 상승의 힘을 불러왔다는 사실을. 위에 올라온 <뮤지컬스타4>의 '랜드 오브 롤라'를 패러디한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현재(8월 19일 기준) 488만 회를 달리고 있다. 업로드한 지 약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곧 조회수 500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자면 가히 신드롬이라고 할만하다. 


신드롬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나도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뮤지컬배우 이호광의 '랜드 오브 롤라'를 보면서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어제만 한 열 번 정도 보았다. 냉방병으로 몸살감기가 심한 와중에 아픔을 잊기 위해서 웃음으로 나의 아픔을 승화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랜드 오브 롤라'의 이호광은 정말 뮤지컬 배우스럽다.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 않고, 그저 본인의 역할을 최선을 다한다. 다만, 여러 롤라 배우가 있는데 그중 한 사람을 벤치마킹했다. 강홍석의 롤라. 그는 복서 롤라로 파워풀한 힘과 섹시함을 겸비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호광은 복서 대신 태권 롤라로 변신했다. 그리고 한국적인 모습들을 담아 본인의 캐릭터성을 강화했다. 캐릭터를 웃기게 희화화하는 것보다 캐릭터를 더욱 극대화하여 그 캐릭터 안에 녹아들기로 결심한 이호광. 그의 노래, 춤, 연기를 보고 전문가들 또한 대단하다고 엄지를 추켜세울 정도니 말이다.



Ⓒ [뮤지컬스타] 홍롤라 VS 쥐롤라



단 9일 전에 올라온 [뮤지컬스타] 홍롤라 VS 쥐롤라 콘텐츠는 조회수 174만 회를 바라보고 있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만남을 기대했는지 알 수 있었다. 태권 롤라 이호광과 복싱 롤라 강홍석의 자존심 싸움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구독자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쏠쏠하다. 구독자들은 새벽공연을 주로 하는 이호광의 공연을 예매하고 싶다고 댓글을 단다. 그리고 따박따박 대드는 강홍석의 태도에 대해 칭찬한다. 본인의 컨셉과 아이덴티티를 지키라고 말이다. 그만큼 구독자들이 몰입할 수 있었던 건 무엇일까? 


유튜브를 보는 구독자들도 영리해졌다. 코로나19 이후로, 유튜브가 놀이터가 되면서 부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부캐로 외부에서 구독자와 인사를 해도 자연스럽게 그들을 받아들이고, '다른 부캐는 잘 있냐?'라는 질문을 하는 것처럼 구독자들의 수준 또한 올라갔다.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개체가 힘을 합쳐 '둘이 지닌 힘 이상의 효과를 내는 현상'을 바로 시너지효과 (Synergistic Effect or Synergism)라고 부른다. 즉, 상생하는 과정을 통해서 상승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상생(相生)은 서로 도와가며 함께 살아간다는 뜻이다. 조화로움으로 공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유무상생'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서 유무상생의 뜻은 '세상의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또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는 뜻이다. 유는 무를 살려주고, 무는 유를 살려준다. 




 


캐릭터성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과 본인의 문제의식


이번 콘텐츠를 통해서 글 쓰면서 빵송국의 채널을 다시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정말 놀랐다. 알고 있는 건 매드몬스터, 김갑생김할머니김의 이호창 본부장, 한사랑산악회의 이택조 정도가 다였다. 이런 구독자의 마음을 읽은 건지 한 달 전에 침투부 채널에서 침착맨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캐릭터가 요즘 나오는 게 좀 뜸하잖아요?
많이 던져 봤으나, 볼이었죠 다.
스트라이크 3개는 이미 들어갔고. 

* 아마 스트라이크는 내가 언급한 위 세 개를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매우 억울해하면서 위와 같이 말했다. 볼을 정말 열심히 던졌다고. 그의 재생목록을 보니 거의 20개에서 30개 남짓한 다양한 부캐를 만들었고, 개그 화하는 과정이 있었다. 부캐를 만드는 걸 단 한 번도 쉰 적이 없었던 그는 아래와 같이 이런 문제의식을 이야기했다. 


코미디는 매주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아니 뮤지컬은 작품 하나 만들면 몇십 년 하고, 연극도 몇십 년 하고


그는 끊임없이 캐릭터를 분석하고 있었다. 이창호가 말하길 우리나라의 개그 수준은 전 세계에서 손꼽는 수준이라고 한다. 개그콘서트를 필두로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개그 포맷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상태다. 오랜 시간 동안 하나의 캐릭터로 연기하고 싶다는 그. 그가 제일 애착 가는 부캐는 바로 이택조라고 한다. 이후에는 발인 콘텐츠로 본인의 부캐와 인사를 하고 싶다는 그의 모습에 끝까지 응원하고 싶어졌다.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사랑하자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본 이창호는 메타인지가 잘 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왜 개그맨이 되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개그맨이 될 때도 '무조건' 웃긴 사람이 개그맨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분석적으로 캐치해 개그계에서 생존하는 방법 또한 알고 있는 영리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의 영리함보다 더욱 엄지를 치켜세워주고 싶은 건 바로 그의 진심이다.



모든 캐릭터를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본인의 부캐에 대한 사랑 또한 깊은 편이다. 제일 애정하는 이택조 캐릭터는 사실 본인의 아버지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왜 평소에 목소리가 크셨는지, 캐릭터를 만들면서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기술직이 시다 보니까 귀 뒤에 쌓인 먼지를 깨끗하게 닦아 내셔야 한다던지, 그리고 소리를 크게 내는 이유는 너무 시끄러운 기계음 소리에 있다 보면 잘 안 들려서라고 했다.


그의 진심을 읽은 구독자들은 이미 뮤지컬스타의 이호광에 그리고 이택조 아저씨의 브이로그에 열광하고 있다. 타고 또 타고 그의 다양한 콘텐츠를 확인하면서 모든 콘텐츠를 진심으로 대하는 그의 모습에 희열을 느꼈다.







결과적으로 그에게는 되든 안되든 꾸준히 시도하는 힘이 있었다.

빵송국에서 뮤지컬스타를 올린 건 올해부터가 아니다. 사실 2021년도부터 올리기 시작했다. 팬데믹 시기에 연극, 공연 등을 보러 갈 수 없고 집콕만 하는 국민들을 위해 뮤지컬배우들이 희망을 노래한다는 콘셉트로 기획되었다. 


당시 뮤지컬 배우들의 뛰어난 노래실력과 대비된 개그맨들의 노래는 지금과는 다른 재미 요소를 주었다. 그 당시에도 분명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 다시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꾸준함. 이호광이라는 캐릭터가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의 힘이 있지 않을까 한다. 

                    


이창호 입덕 영상 Ⓒ 침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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