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여행하는 할매

-연남동에서 파나마로

by 도연

부부의 세계라는 엄청난 발암 드라마를 시작했구나, 알다시피 드라마 빠순이라 나도 그 드라마를 이틀 만에 밤을 새워가며 정주행을 끝마쳤어. 우선 나는 싱글이니까 싱글의 입장에서 드라마를 보고 드는 생각은 단 한 가지였어.


오, 역시 결혼은 미친 짓이구나. 하지 말아야겠다.


남편의 비밀을 지켜준 친구들은 결국 '내 친구가 아닌, 남편의 친구였으니까'라고 전재를 두고 너의 질문에 답을 해볼게. 직접적으로 친한 친구가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없지만, 만약에 나라면 친구와는 서서히 거리를 두면서 멀어질 것 같아.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사람에게만 곁을 내어줄 순 없겠지만, 분명히 사생활에 문제가 많은 사람에게는 어두운 기운이 머무르기 때문이야. 나는 어두운 기운의 사람, 만날 때마다 슬픈 얘길 하는 사람, 자신의 고민이나 감정을 나에게 쏟아내듯 하는 사람은 멀리하는 편이거든.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지치고 피곤해져. 나는 상대에게 감정 이입과 몰입을 잘하는 편이라서, 한두 번은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조언을 하고 좋은 길로 인도하려 해 보겠지만 그게 매번 반복되고 결과가 더 나아지지 않는다면 나는 지칠 수밖에 없더라고.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잖아. 그리고 사랑이란 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도 힘들고, 도덕과 윤리로 평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말이야. 나의 사랑으로 인해서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한다면 그것은 관두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건 도덕성이나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그 마음이 없다면 소시오패스가 되겠지. 남의 감정 따위 안중에도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영원히 혼자일 거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잖아. 나는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고 믿는 사람이야. 나이가 늙어 백발의 노년이 되면 나는 친구들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어. 그래서 매일 막걸리를 마시고 고속버스를 빌려서 친구들을 가득 싣고 다같이 춤을 추고, 여행도 다니고, 그렇게 살고 싶어.


요 며칠 유난히 우울감이 짙은 모양이네. 그럴 땐 침대에 누워 밀린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나른하게 지내. 그러다 보면 또다시 툴툴 털고 이제 일어나자! 하는 날이 올 테니까 :) 할머니 되어서도 함께 여행하자. 그러니까 행복하게 잘, 나이 들자 채리야.


ps. 시간 나면 답장 좀.

연남동에서 도연이가.

매거진의 이전글부부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