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파나마에서 연남동으로

by 강채리

도연에게.


너 혹시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 보니?

보는 것만으로도 감정 소모가 어마어마한 불륜 막장 드라마야. 시청률 20%가 넘는 아주 핫한 드라마라고 해서 나도 보기 시작했거든. 근데 그 드라마 1회의 충격을 나는 잊을 수가 없어. 남편이 상간녀와 연락하는 세컨드폰을 찾아내어 켰더니 그 안에서 내 친구들이 상간녀와 함께 웃고 있잖아. 믿었던 남편의 외도만으로도 괴로운데 알고 보니 친구라고 생각했던 지인들이 다 같이 그의 불륜을 알면서도 한통속으로 김희애를 속이는 거야. 난 그 장면에서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더라. 와.. 김희애 어떡하지? 뭐.. 김희애야 드라마 주인공이니까 이제 복수의 칼날을 갈겠지만 현실이라면 저거 어떡해?? 저런 깊은 상처를 갖고 어떻게 사냐고 ㅜㅜ 내가 다 걱정되고 분해서 부들부들 떨리더라고! 그럼 이제 김희애가 야무지게 바람피운 남편과 상간녀에게 엿을 한 바가지 먹이면서 통쾌하게 복수해나가는 걸로 드라마가 전개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고? 김희애가 복수한답시고 하는 일들이 오히려 꼬여서 본인을 위기에 빠뜨리는 거야. 하... 나는 이 드라마 보기를 그만뒀어. 감정 소모도 심하고 보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고 있더라고. 현실에서 아주 없을 법한 일이 아니라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사실 유부남과 연애하는 여자가 현실에서도 꽤 많다고 생각하지 않니? 나는 주변에서 두 명이나 봤어. 한 명은 유부남 직장상사와 섹스만 즐기는 사람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곧 이혼할 거라는 남자의 말을 믿고 연애를 하더라고. 너는 이런 상황을 알게 됐을 때 어떻게 할 것 같아?


1. 그런 사람과는 관계를 끊어버린다.

2. 헤어지라고 설득한다.(대체로 이런 건 말해봤자 안 통하는 것 같지만)

3. 지 인생 지가 알아서 살겠지, 하고 내버려둔다.

4. 주위 사람들한테 알려 수치심을 준다.



오늘은, 아니 요며칠은 유난히도 글이 쓰기 싫은 날들이었어. 만사 귀찮아서 누워서 TV만 보고 싶은 그런 날들이었지. 오늘도 겨우 노트북을 열고 그나마 내가 며칠 동안 본 드라마에 대해 너에게 일방적인 수다를 떨어본다.



P.s. 시간날 때 답장 좀.

파나마에서 채리가.

매거진의 이전글이불 킥 챔피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