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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 May 01. 2020

재즈가 어울리는, 치앙마이 2018


쇼핑을 하고 재즈바로 왔는데도 시간이 남았다. 7시 30분부터 오픈 이랬는데, 7시쯤 도착하니 다행히 문이 열려 있어 첫 손님으로 입장했다. 노스게이트 재즈바는 벽에 붙은 작은 스티커와 포스터마저 구석구석 오래된 재즈바의 정취가 배여 더 '재즈'스럽게 느껴진다.


재즈라 하면 부담스러운, 비싼 와인바에 가서나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했으나 요즘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편하게 들어도 좋은 악기 소리, 오래된 바에 앉아 나이 든 연주자가 연주하는 피아노나 트럼펫 같은 소리는 그 어떤 음악보다 편안하며 그저 좋기만 하다.


한껏 흥이나 있는 나를 보고 일행이 묻는다.

"도연 씨는 음악을 참 좋아하나 봐요?"
"그럼요, 인생에 음악이 빠질 수 있나요?!"
"그럼요- 맞아요, 그렇다면 음악에는 인생이 빠질 수 있을까요?"

인생은 음악이구나, 그리고 음악은 인생이구나.


그리고, 음악에도 인생에도 , 술이 빠질 수 없잖아요. 건배할까요!







연주가 시작되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각국의 사람들이 재즈를 들으러 모였다. 모두 와인 한잔, 맥주 한 병을 손에 들고 리듬을 탄다. 어느 흥 많은 노부부는 서로의 허리를 감싸고 춤을 춘다. 그 모습이 꽤나 낭만적이다. 저들은 내일 눈을 뜨면 어제의 음악과 분위기는 정말 좋았어, 그렇지 달링? 하면서 아침을 맞이하겠지.


보컬은 노래를 부르며 한껏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면 저렇게 행복한가 봐, 저 사람은 지금 이 순간 '진심을 다해서 이 밤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덩달아 내가 감동했다. 같이 따라 웃어주어야 할 것만 같아서 나도 같이 미소를 지으며 몸을 흔들었다.



 나는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음악가가 되고 싶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고 기타도 치고 싶다. 꾀꼬리 같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만드는 음악 위에 투박하지만 서툰 목소리로 내가  가사를 얹혀 노래를 부르고 싶다. 사람들이 나의 노래를 들어주고 같이 웃고 울면  좋을  같다. 엄마는 내가 무엇이 되든 예술가가 되기를 라셨다. 미술도 시키고 발레도 시키고 피아노도 시키고 노래 학원까지 보냈다. 차라리 하나만 오래 시켜주지, 덕분에  예술에 욕심이 가득하다. 그림도 그리면서 음악도 하고 싶고 춤도 추고 싶고 글도 쓰고 싶다. 잘하고 싶은 것은 많고 적당히    알지만, 특출 나게 잘하는  하나가 없다. 아무튼 그래서 음악은  하고 싶지만 재능이 없으니까 - 다음 생에 하고 싶다.


다음 생이 있다면 김광석 같은 감성에 유희열처럼 피아노를 치고 이석원 같은 가사를 쓰는 김동률 같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으로 태어나면 어떨까? (어쨌든 남자로 태어나고 싶단 이야기)

만약 외국인이라면 데미안 라이스도 좋겠다.







누가 태국 음식 못 먹는대요?

그릇까지 씹어 먹을 뻔했다.



재즈바에서 음악에 영혼을 팔고 나니 허기가 졌다. 재즈바에서 나와 조금 걸어 근처에 있는 국숫집으로 홀리듯 들어갔다. 여기가 제일 로컬스럽지 않나? 하면서, 역시 블로그 검색도, 여행책도 필요 없다.

어딜 가도 찐 맛집이 즐비한 도시, 치앙마이와 사랑에 빠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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