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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 May 02. 2020

연인이 감정쓰레기통은 아니잖아

"연애, 다시 배우기"





"회사 관두고 싶어"

"우리 거래처 사장이 말야 글쎄... 진짜 열 받아, 짜증 나"

"아.. 너무 피곤하다.."


 연애의 가장 좋은 점 하나는 '친한 친구'를 얻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원래부터 알던 친구와는 느낌이 다르다. 새롭게 사귄 '그'와는 그동안 살아온 얘기를 새로운 얘기마냥 실컷 할 수 있고, 무조건적인 내 편이되기도 한다. 게다가 침대에서 섹스까지 가능한 '친구'를 새롭게 얻은 셈이다! 하지만 여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너무 편해진 나머지 시시콜콜 감정이 상할 때마다 '그'에게 푸념을 늘어놓게 되는 일이다. 처음 얼마간은 '힘내라, 기분 풀어라, 주말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며 닳았던 배터리를 충전시켜주기도 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푸념들에 상대의 배터리가 닳아버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려는데, '피곤해서 기운이 없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나도 오늘 기분이 꿀꿀한데 상대가 힘든 것 같아 내색하지 못하게 될 때 나의 배터리가 닳아버리는 것이다. 연애란 두 사람의 긴밀한 감정의 교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사람의 우울한 기분은 상대에게 전염되기 쉽다.


 이럴 땐 옛 어른들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 닿는다. '뭐든 적당한 게 최고'인 것이다. 친한 친구에게도 연인에게도 부정적 감정을 마구 쏟아내는 일이 좋은 일만은 아니다. 나의 경우, 생리 전후가 되면 호르몬 변화로 인해서 별 일이 아닌데도 부쩍 짜증이 늘고 화가 나는 일이 많이 생긴다.' 이번 연애만큼은 제 멋대로 하지 않겠다!' 결심을 한 후로는 호르몬 변화가 있을 때만큼은 말을 조심하기로 했다. 답장을 잠시 미루기도 하고, 전화를 잠깐 피하기도 한다. 차라리 그럴 때면 일찍 잠이 들어버리는 방법을 선택한다. 잠깐이라도 자고 일어나면 '다 별 일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울적한 기운이 감돌면 한강으로 나가 한 시간쯤 걷고 들어오면 나는 다시 온화해진다.


부정적인 감정을 '그'에게 전염시키지 않도록 기분에게 환기를 시키자. 늘 밝은 기운을 유지하고,

그러다 이따금 삶이 힘들 때면 가끔은 그에게 기대어 충전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충전 중...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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