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연 May 05. 2020

내 이상형은 나에요

"연애, 다시 배우기"






 누구나 이상형이 있다. 직업이 좋은 사람, 잘생긴 사람, 자상한 사람, 매력적인 사람 같은 이상형이 있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 이상형은 매번 연애가 끝나면서 리셋되곤 했다.


 스타일이 좋은 남자가 이상형이었던 시절, 멋 부리길 좋아하는 남자 친구를 사귀었다. '그'는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세팅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려 매번 약속에 늦던 그는 사람을 질리게 했고, 나는 곧장 이상형이 바뀌었다. 자상하고 푸근한 사람이 이상형이었던 시절에는 나이 차가 많이 나고 어른처럼 나를 보살펴 줄 수 있는 사람과 연애했고, '그'는 언제나 나를 가르치려 들어, 자존감을 바닥까지 추락시키곤 했다. 그리곤 또 이상형이 바뀌어 결혼을 꿈꾸며 가정적인 남자를 만났지만 마마보이였던 사실을 알게 되어 이별했다. 그러니까 이상형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서른넷. 이상형을 파격적으로 바꿔보았다.


딱 '나'같은 사람을 만나보자!


 나만큼 놀아봤고, 나와 패션 스타일이 비슷하며, 나 정도로 배웠고, 나만큼 표현하는 사람. 모든 기준을 나에게 맞추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의 어떤 결점을 이해하려 골 아플 일이 적어지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나 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나'는 '나' 하나뿐이니까. 나와 상황이나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 편안한 연애를 선호하게 되었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지금 곁에 있는 '그'와는 다른 점보다는 비슷한 점이 많다. 너무 '열심히만' 살지 않기. 적당히 벌고, 적당히 인생을 즐기기. 가끔은 손에 쥔 것들을 놓을 줄 알기. 적당히 귀찮아 하기. 먹는 것에 큰 집착하지 않기. 꾸준히 운동하기. 같은 것들.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이라지만 이상형을 나로 설정하고 나니, 내가 꾸려놓은 이 삶을,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을 크게 변화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다. 바뀌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편안하다.


내 이상형은 나. 그래요. 맞아요. 저 나르시시스트예요. ^^

작가의 이전글 성숙한 연애에는 약자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