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폐업
요즘 나에게 화두는 관점이었다. 나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 그것이 삶을 대하는 방식에서 도태되지 않는 방식이라 믿고 있다. 5년 전쯤의 나는 확신을 얻고 싶었다. 나에 대한 확신, 가치관의 확립 같은 것. 하지만 이제는 그것 또한 그것대로 중요하지만 언제나 유연한 태도를 잃지 않는 것이 성숙한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 요즘은 그렇게 믿고 있다. 2018년 3월 1일, 사업자 등록증을 내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이름 석자가 대표자로 찍힌 사업자 등록증을 손에 쥐고 일련의 책임감이란 것이 샘솟는다.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도전을 시작했고, 결과가 어떻든 간에 과정 속 얼마라도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기 위해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불안한 마음에 빚을 떠안고 완전히 망가지는 미래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리 없지 않은가, 그런 은행 빚마저도 쉽게 가질 수 없는 세상인걸? 아무튼, 이것이 실패든 성공이건 간에 최선을 다해서 마주해보기로 했다.
디자인, 시-바라니
7년 전, 우리 넷은 같은 회사에 다녔다. 디자인 팀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하루가 멀다 하고 함께 밤을 새우며 현장을 뛰어다녔다. 술도 매일 같이 마셨다. 하지만 얼마 안돼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누구는 이직을, 누구는 대학원 진학을, 또 누군가는 프리랜서로, 그리고 한 사람은 여전히 남아 그 자리를 지켰다. 7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연락이 끊어지지 않았고 종종 모여 맛집과 술집을 격파하며 어울려 다녔다. 그러면서 자주 현업 디자이너의 고충을 토로하곤 했다.
- 프리랜서를 혼자 하려니 힘들어요, 큰 일이 들어오면 혼자 하기도 버겁고, 한계가 있어요.
- 큰 건들은 들어오질 않아. 아무래도 혼자 해서 그런가 봐.
- 그럼, 큰 일을 하게 되면 서로 좀 나누면 어때요?
이후로 외주 의뢰*가 들어오면 가끔 서로 나눠주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소개를 해주면 소개비를, 작업을 같이 하면 작업비를 나누고 일이 끝나면 거하게 회식도 했다. 그러면서 프리랜서 모임을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름을 정하기로 했다.
- 디자인 진짜 못해먹겠어요. 디자인 진짜, 시바.....
- ... 디자인 시바 어때?
결제 부탁드립니다. -시바- , 자료 빠른 전송 부탁드립니다. -시바- , 견적을 낮추긴 곤란할 것 같습니다. -시바-
딱이다. ‘시바’
그렇게 장난스럽게 첫 번째 이름이 정해졌다. 장난스럽게 시작했듯, 거짓말처럼 큰 기업에서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우린 팀으로써 제대로 일을 해 볼 기회가 생겼다. 견적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합을 맞추기에 좋은 기회였다. 우린 종종 카페에 모여서 회의와 작업을 했고. 무사히 행사를 마치고 대금을 받아 회식을 했다.
소소하게 외주 알바나 나눠하자던 애초의 계획과는 달리 우린 조금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 우리 꽤 잘 맞다? 큰 그림 한번 그려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