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내 몫

우아한 폐업

by 도연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내 몫


공간을 계약하고 나니, 할 일과 생각해야 할 거리들이 약 삼 십여덟배 정도 많아졌다. 어디 가서 경험으로는 빠지지 않을 만큼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경험 부자지만, 이번만은 다른 느낌이다. 호피폴라는 '경험 삼아' 하는 일이 아닌, '경험을 토대로' 벌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 되고 싶고, 잘해야 한다. 솔직히 말해, 부담감이 오백만 톤쯤 되는 것 같다.
J와 우선 역할분담을 확실히 해야 했다. 각자의 취향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가 다를뿐더러 보통의 동업이 그러하듯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다. 우선 각자가 잘하는 일로 역할을 나누었다. 비주얼 적인 부분은 J가, 내실은 예민하고 섬세한 내가 다지기로 한다. 업체 선정이나 수도 공사, 배관, 에어컨, 냉장고 등의 시설을 설치하는 역할과 전체 비용 관리를 내가 담당하고, J는 인테리어 디자인과 소품 구매를 준비하고 있다. 공사 현장을 다루는 건 전문 분야가 아닌 일들이지만, 역시 이런 일도 겪어보아야 하는 경험들이기에 감내하며 잘 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 언니 이거 너무 예쁘지 않아요??
- 안돼. 너무 비싸.

요즘 주로 우리가 하는 대화의 팔 할이다. 나는 안돼 라고 말하고, 그녀는 포기해야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이 즐겁기만 하다. 이틀에 한 번꼴로 카페 탐방을 다니며 매일을 바쁘게 보내고 있는 와중에 J가 말한다.


- 저 요즘 잠을 너무 못 자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
- 너도? 나도. 매일 꿈에서 쫓기고, 자려고 누우면 한 시간 넘게 생각하고, 걱정하다 잠들어,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입맛도 없고 밥도 안 넘어가고...

얼마 전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누군가가 질문했다. "어른이 되어가는 게 뭐라고 생각해?" 참는 거...라고 생각했다. 참을 수 있는 거. 어른들은 잘 참으니까, 그리고 언젠가부터 계속 참아내는 날 발견했을 때, 그땐 나 좀 어른스럽다 생각했다. 한 번도 손에 쥐어본 적 없던 여러 개의 동그라미가 찍힌 돈을 쥐고 관리하고 있으니,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취하기도 한다. 어른이 되는 일이 수 천만 원 단위의 돈을 보내고 받는다고만 되는 것이 아니라, 밤마다 악몽을 꾸고, 안 먹히는 밥을 돌 씹듯 서걱서걱 씹으며 만들어지는 거구나. 역시, 어른이 되는 건 참 어려운 일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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