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데이데이

우아한 폐업

by 도연


축복은 내가 벌린 입만큼 들어오는 거니까


정식 계약이 이루어지고, 한동안 공사로 인한 소음으로 매일 아침을 보낸다. 수도공사와 목공사, 그리고 에어컨 설치까지 마쳤다. 별일 아닐 것 같던 일들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 투성이다. 주방시설이 없는 곳에 주방을 만들다 보니 공사비용이 많이 들었다. 애초에 시설비나 권리금이 없는 곳이니 감안하기로 했다. 목공사는 나무 공방을 하는 지인 몇 명에게 견적을 좀 봐달라고 했다. 그중 거리상으로 가장 편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은 지인의 공방에서 나무도 고르고 사이즈도 맞추면서 진행이 잘 되는가 싶었는데, 견적이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 저렴하게 해 줬겠지만 투자금이 적어 부담이 되었다.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낫다는 주변의 충고가 생각난다. '나는 이런 일이 생긴다면 아는 사람한테는 정말 잘해줘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견적 내고, 비싸서 못하겠다고 하는 지인은 곱게 보일 리가 없을 것 같다. 여러모로 돈이 없어 미안하기도, 야속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뒤섞인다. 결국 인터넷으로 검색한 목수님께 최초 견적의 3/1로 공사를 했고, 우리가 직접 사포로 나무의 결을 갈고, 색을 입혔다. 결론적으론 어설프지만 만족스럽다.



호피폴라는 좋게 말해 1층이고 나쁘게 말해 반지하, 계단을 서너 개쯤 내려오는 샵이다. 장난처럼 J와 둘이 "가게는 지하가 느낌 있지, 아래에 달린 창문을 훔쳐보는 재미가 있어, "라고 했다가 정말 반지하 가게를 얻게 되었다. 건물이 내진설계가 되었다고 해서 함부로 건물에 구멍을 뚫을 수 없다고 했다. 에어컨 공사를 하기로 한 날, 건물 건축가, 건물주, 에어컨 공사 기사님까지 모두 모여 어디다가 에어컨을 둘 지 상의하다 공사가 취소돼버렸다. 건축가 입장에서 "여기도 안돼, 저기도 안돼", 그리고 공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여기도 안돼, 저기도 안돼.", 장사하는 우리 입장에서 "여기도 안돼, 저기도 안돼." 했다. 답이 안 나와 공사를 연기하게 되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재미있자고 시작한 일인데, '해보지 뭐!' 말 한마디로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바쁘게 살 길 바란 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요즘이다. 베짱이가 꿈인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부터가 힘들고 매일 무언가를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일에 조금 지친다. 그래도 출발은 했으니 끝까지 달려야겠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똥이 나오든 가보자. 하고 있다. 침대에 바람 빠진 공기인형처럼 널브러져 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주말은 빨리도 찾아오고, 벌써 6월 중순이다. 호피 폴라의 오픈이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무사히 오픈할 수 있겠지?




이미 가졌다고 생각하고 움직여봐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고 안 뵈는 것의 증거니까
네 머리 아닌 영혼이 가는 대로 가
기대하고 기다리는 자에게 비가 내리는 법이야
축복은 내가 벌린 입만큼 들어오는 거니까.*



* 오픈을 준비하며, 이건 우리 노래라고 하며 따라 부른 비와이의 DA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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