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폐업
마음 빚
7월 1일 정식 오픈을 했고, 한 달이 지났다.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바쁘게 지냈다. 카페를 하면서 격일로 강의를 다니고 있다. 두명이서 운영을 하니까 번갈아 가면서 카페를 운영하면 되고, 사무실을 겸한 카페라 운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막상 오픈을 하고 나니 자리를 비우는 일이 영 마음이 불편했다. 공간을 오픈했다는 희열이나 성취감보다는 부담감이 더 큰 감정으로 다가와 매일 밤, 나는 또 잠을 설친다.
내가 만든 공간에 대한 책임감은 생각보다 컸다. "내 취향으로 만든 공간이니까, 내 맘대로 할 거야, 이기적인 공간이 트렌드니까 알아서들 있다가 가겠지." 하는 생각은 정말이지 착가이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사람들의 한마디와 표정을 살피게 된다. 맛은 괜찮은지, 의자가 너무 불편하진 않은지, 찾아오기 힘들진 않았는지... 지인들은 물론이거니와 길거리에 서 있는 볼품없는 입간판 하나로 찾아 들어와 커피의 맛이 좋다며 여러 날을 찾아주는 나름 '단골손님'이 늘기 시작하는 것이 황송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감사한 선물들과, 응원도 많이 받았다. 호피폴라에 있는 모든 집기가 선물로 채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래서 참 감사하고 갚아야 할 빚이 많이 생겼다. 은행 빚만 진 게 아니라, 마음 빚도 많이 졌다.
나는 내가 꽤나 무던하고 털털하며, 어떤 일이 생겨도 크게 개의치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서른이 넘으며 나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이후로는 내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소화가 잘 되지 않았던 것이 '그저 소화기관이 약해서'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확실히 이유를 알았다. 중고등학교 때 몸무게를 여전히 유지하는 것도, 그러니까 살이 찌는 법이 없는 것도 이유가 있는 일이었다. 생각보다 예민하고 촉수가 민감한 사람이었던 것이다!(35년 만에 알게 되었다고?) 조금만 신경 쓰는 일이 있어도 입맛이 떨어지고, 밥을 억지로 밀어 넣으면 탈이 나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뒹굴뒹굴한다. 회사를 다닐 때 밥을 먹는 중에 사장님이 전화가 와서 일을 왜 이따위로 했냐고 나무라면, 그 즉시 장이 꼬이기도 했다.(진짜 뒈지는 줄 알았다.) 연애를 시작하면 기분이 좋아서 소화가 잘되고, 연애가 꼬이면 기분이 나빠서 소화가 안되다 못해, 식도염이 재발하고 저녁을 먹고 집에 와서는 토해버리기도 한다. 이별 후엔 뭐 말할 것도 없이, 밥을 거의 한술도 뜨지 못한다.
호피폴라를 시작하고 나서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거의 밥을 먹지 못한다. 일찍 잠에 들어도 꿈을 계속 꾸기 때문에 자도 자도 피곤하다. 아무 생각 없이 잘 먹고 잘 잤으면 좋겠는데 난 왜 이모양일까.
감사하게도 오픈 후 한 달 동안 친구들과 지인들이 많이 다녀갔다. 사람을 좋아하고, 또 그들 덕에 에너지를 충전하는 나이지만, 오랜 시간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으면 피로하다 못해 불행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타인이 내 삶을 잠식해버린 것처럼. 가끔은 혼자 시간을 보내고 생각하며 일정 시간 공허함을 느껴야 다시 웃으며 누군가를 반길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카페라는 공간은 늘 오픈이 되어있고 언제 어느 때고 누군가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내가 원한다고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게 아니고, 약속 없이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을 웃으며 좋은 얼굴로 대해야 하는 것. 너무 반갑고 감사하지만 하루에 몇 번을 반기고, 또 떠나가고 하다 보면 지치기도 한다. 이 마음을 언제까지고 지속할 수 있을지. 감사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들을, 나의 피로감 때문에 놓치지 않아야 할 텐데... 여러모로 피곤한 데다 고민까지 많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