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폐업
좋은 사람과 좋은 리더
나는 뜻이 맞는 여럿과 한 배를 타기를 좋아하는 리더의 성향을 지녔다. 열 살이 채 안 될 때부터 학급에서 감투를 쓰고 회장, 부회장을 도맡아 했다. 고등학교, 대학교에 가서는 서기나 여학생 대표, 총무 같은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자주 맡았다. 기본적으로 나대길 좋아하는 거다. 사회로 나온 20대 그리고 30대 초반을 지나오면서는 취업을 앞둔 학생들의 선생님으로서 누군가를 위해 어떤 역할들을 해야 했으며 다수를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을 늘 가지고 살아왔다. 노모드 디자인을 시작하면서부터는 회사의 대표자로 누군가와 함께, 혹은 그들의 대표로, 리더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노모드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선순환'이라는 단어에 심취해있었다. 자신의 어떤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선순환이라는 말이 퍽 마음에 들었다. 디자인으로 일거리를 받으면 작은 것이라도 나누려 했고 함께 하는 작업에 의미를 많이 뒀다. 그래서 '노모드'라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었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었다. 결국 끝이 좋지 않대도 혼자하는 일보단 달그락거리더라도 함께 하는 일들이 좋았다. 혼자 하는 일에는 아무래도 견적의 한계가 있고 에너지가 빨리 소진돼버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먹은 만큼 여럿이서 함께하는 데에는 단점이 많았다. 사공이 많았던 탓인지,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고 될 때까지 수정을 부탁해야 하는데, 그런 단호함이 나에겐 없다. 클라이언트와 동료 디자이너 사이에서 간신히 외줄 타기를 하는 듯했다. 싫은 말 하기는 어렵고, 아쉬운 소리는 듣기 싫고, 결과는 늘 만족스럽지 못했다. 작업료는 나뉘는데 일은 두 배가 늘어난 느낌이다. 아주 총체적 난국이다.
이대로라면 나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까? 호기롭던 시작과는 다르게 많이 의기소침해져 있다. 일은 자주 엎어지고, 모든 책임과 결과는 혼자 짊어져야 한다. 내 탓인 것만 같아 마음이 계속 지친다. '같이'라고 생각했던 게 '나만'인 사실이 점점 와 닿으면서. 어쩌면 그것이 '오롯이 나 혼자서'라고 먹었어야 했던 마음을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할 틈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훌륭한 리더보단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 체질에 맞다는 걸, 또 이렇게 알게 된다. 나는 여럿이서 한 배를 타고 목표를 향해 항해하는 항해사가 되기보단, 함께 노를 젓고 노래를 부르며 여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