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 도연 작가
저의 첫 번째 책, “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가 출간된 지 3개월이 지났어요. 엄청 오래된 것 같았는데 겨우 3개월 밖에 안되었네요. 작년 이맘때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해서, 일 년 동안 쓰고 편집하고 그리고, 그리고 출간까지 참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책을 준비하고 있고, 쓰고 있고, 출간을 했다. 정도의 소식을 전해드린 후로 책을 쓰면서 어떤 기분이었는지, 출판사와 계약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실제로 책이 어떻게 세상에 나왔으며, 책이 나온 이후로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블로그에서는 자세히 이야기한 적이 없어 얘기해볼까 해요.
뭐랄까... 혼자 하는 1인 인터뷰랄까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01. 원래 책을 쓰시던 작가가 아니셨잖아요, 어떻게 글을 쓰시게 되신 거예요?
그리고 왜 주제를 드라마로 선정하셨어요?
2018년 3월에 오키로북스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에 처음 참여했어요. 당장 책을 써보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막연히 올해는 글을 한가지 주제로 묶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혼자보다는 여럿이 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참여했죠. 그런데 글쓰기 워크숍 첫날에 자신이 쓰려고 하는 책의 주제와 타깃을 써내야 하는 미션을 주시더라고요. 생각하고 있던 두세 가지 정도의 주제를 얘기했어요.
이때 워크숍을 진행하시는 너구리(*김경희) 작가님과 같은 기수 여러분들이 드라마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재미있고 신박(!!) 하다며 이런 책이 없었지 않느냐며! 호응을 해주셨죠. 그래서 응원에 힘입어 처음 주제를 선정하고 글을 써보게 되었죠.
02. 원래 독립출판을 준비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하다가 기획출판을 하게 되셨나요?
네 원래는 독립출판이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키로 글쓰기 모임 후에 스토리지 북앤필름 에서 진행하는 출간 워크숍도 신청해서 독립출판에 대해서 한달간 배우기도 했었죠. 물론 저는 그래픽 디자이너라 편집이나 종이, 인쇄 이런 건 배울 필요가 없었지만 그냥 같은 목적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어떻게 준비를 하고 함께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지가 궁금하기도 해서 워크숍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편집까지 모두 마치고 1차 가제본까지 받아보았는데 책이 너무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예요. 절망스러운 거예요. 글은 나름대로 만족했는데, 뭔가 엉성한 느낌.
그대로 방치했어요 한 달 정도.
때마침 개인적으로 바쁘기도 했고, 그러다 기획출판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재고 관리나 서점에 입고 신청이나 이런 것들을 다 책임질 자신이 없어진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독립출판물보다는 기획출판이 제 글의 성격과 맞을 것 같았어요.
제가 쓴 글과 색이 좀 맞을 것 같은 (사실 욕심나는 큰 출판사 몇 군데) 다섯 군데 정도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어요. 그중에 작은 출판사도 있었어요. 유명 작가가 아닌, 신인 작가나 독립출판물도 지원해주는 곳들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샘플 원고를 메일로 보내놓고 며칠 기다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큰 출판사에서는 거절 메일이 정중하게 왔고, 한 군데에서 원고가 더 있으면 더 보여달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어찌나 기쁘던지. 얼굴이 시뻘게 저서 한동안 멍-때렸어요. 원고를 다 읽은 부대표님은 미팅 날짜를 잡고 계약서를 들고 찾아오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계약하게 된 곳이 부크럼이었습니다.
03. 책이 나왔잖아요. 기분이 어땠나요? 달라진 점이 있다면?
솔직히 지레 겁을 먹은 것도 있었어요. 뭐? 네가 책을 내? 콧방귀를 뀌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했죠.
겁쟁이라서요. 사람들 눈치를 많이 봐요 제가. (A형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쏟아지는 반응은 응원이었어요. 저의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보내주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작가도 아닌 게 글을 쓰고 책을 낸다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도 분명히 있었지만 (물론 대놓고까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10명 중 8명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워주었어요.
그런데 이상한 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기분이 이상하거나, 막 너무 기쁘거나 그렇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냥 얼떨떨해요. 전 아직도 그래요. 제가 쓴 글이 교보문고에 있다는 게 그냥 안 믿어져요. 그래서 교보문고에 가서 제가 제 돈 주고 사보기도 했어요. ㅎㅎㅎㅎ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여전히 가난, 초조, 불안, 그리고 자책... 달고 살죠.
인간이 그리 쉽게 변하나요 하하 ~
아,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나도 나름 이제 책을 한 권 낸 사람이니 언행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블로그에 엄한 쌍욕은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오탈 자는 여전하죠. 불치병이라;
04. 책은 얼마나 팔렸나요? 돈 좀 버셨습니까?
1쇄 3천 부를 찍은 걸로 알고 있어요. 아마 중쇄를 못 찍지 않을까... 요즘 책이 뭐 잘 안 팔리고 그렇지 않나요? 아닌가요? 제 책만 안 팔리나요? (5월 기준 2쇄를 준비중입니다! 꺄옷)
그래도 3달째 인세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요. 꾸준히 누군가는 책을 사주고 계시다는 것. 휴 정말 감사한 일이죠. 제가 쓴 글들을 누군가가 비용을 지불하고 읽어준다니. 어느 동네 사시는 분들이신지 모르겠지만 그쪽 방향으로 오늘 절 한번 하고 잘게요.
여러분, 책은 읽는 게 아니라 사는 거랍니다..!
05. 앞으로 작가로서의 행보를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신지요?
저는 책을 한 권 세상에 내놓았다고 해서 제가 작가라고 말하고 싶진 않고요. 그저 감사하게도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해요. 신기하게 그렇게 되었어요. 제가 엄청 글을 잘 쓰고 감정적으로 깊고 표현력이 풍부한 사람은 아니지만, 솔직한 거, 그래서 조금 더 몰입도 있게 읽히는 것 그거 하나 장점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일기를 많이 써 온 탓이겠죠.
그리고 저는 글 쓰는 게 좋고요. 뭐라도 쓰는 거 좋아요. 일기든 후기든 산문이든 뭐든요. 생각을 글로 옮기고 정리하고... 그러면서 제가 정신적으로 성숙해짐을 느껴요. 화가 날 때도 저는 화가 나는 이유를 메모장에 써요. 그런 다음에 여러 번 읽고 화를 안내기로 마음먹어요. 너무 소심한가... 하하 ~ ㅎㅎㅎ
말이 좀 돌았는데,
그래서 저는 글을 계속 쓸 생각이에요. 그게 작가로써 목표가 있다 이런 것보다 이렇게 계속 쓰는 거죠. 그러다 좋은 기회가 오면 또 출간이 될 수도 있는 거고요. 안되면 뭐 별 수 없는 거고요. 내 돈 주고 내면 되죠 뭐.
저는 책을 한 권 세상에 내놓았다고 해서 제가 작가라고 말하고 싶진 않고요. 그저 감사하게도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해요. 신기하게 그렇게 되었어요. 제가 엄청 글을 잘 쓰고 감정적으로 깊고 표현력이 풍부한 사람은 아니지만, 솔직한 거, 그래서 조금 더 몰입도 있게 읽히는 것 그거 하나 장점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일기를 많이 써 온 탓이겠죠.
그리고 저는 글 쓰는 게 좋고요. 뭐라도 쓰는 거 좋아요. 일기든 후기든 산문이든 뭐든요. 생각을 글로 옮기고 정리하고... 그러면서 제가 정신적으로 성숙해짐을 느껴요. 화가 날 때도 저는 화가 나는 이유를 메모장에 써요. 그런 다음에 여러 번 읽고 화를 안내기로 마음먹어요. 너무 소심한가... 하하 ~ ㅎㅎㅎ
말이 좀 돌았는데,
그래서 저는 글을 계속 쓸 생각이에요. 그게 작가로써 목표가 있다 이런 것보다 이렇게 계속 쓰는 거죠. 그러다 좋은 기회가 오면 또 출간이 될 수도 있는 거고요. 안되면 뭐 별 수 없는 거고요. 내 돈 주고 내면 되죠 뭐.
06. 후기들 중에 마음에 드는 후기가 있었나요??
책을 내고 많은 피드백을 받았어요. 그중에서 제일 많은 이야기는 뭐였냐면...
“울었어..” 였어요. 재밌게 잘 읽었어, 연애사 재밌더라, 이런 말일 줄 알았는데 울었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특히나 제가 알고 있던 사람들은 제가 그동안 이런 마음으로 힘들었는지 몰라서, 그래서 너무 미안해서 울었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요.
얼마 전에 친구가 제 책을 다 읽고 거실에 뒀는데,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엄마가 제 책을 읽고 엉엉 소리 내서 울고 계셨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엄마들에게도 딸들의 성장기를 떠올리며 공감되는 글이 된 것 같아 저도 눈물이 핑 돌았어요.
나름의 유머를 넣어가면서 너무 사연 있는 여자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수위 조절을 했어요. 마지막 편집 과정에서 어둡거나 깊은 얘기들은 걸러냈어요. 그 덕에 한 시간 만에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연애나 섹스 얘기가 조금씩 등장하다 보니 가십거리처럼 읽힐까 걱정했는데 다들 자신의 20대를 돌아보고, 30대를 내다보면서 공감해주어서 모든 후기들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06. 요즘은 뭐 쓰고 계세요?
제가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에요.
올해 목표는 우선 노모드 디자인 창업기 연재를 마칠 준비를 하는 것이에요. 디자인 사업자를 폐업하면서 정리를 할 예정인데, 아직 폐업을 못했어요. 일이 계속 들어와서 (이러다 장기 연재될 각ㅋ)
창업기 연재는 따로 워드 파일로 정리해놓으려고 하는데, 전체 방향이 처음에는 조금 가볍게 가다가 뒤로 갈수록 점점 디자인 꼰대 같은 느낌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서, 전체적으로 글이 다 나온 다음에 수정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게 책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고요. 흑
소설을 써보고 싶어서 구상하고 시놉시스를 시작했는데, 사실 그것도 시작만 했고 세 장 쓰고 잠시 멈춤 두 달째입니다.. 흐흐.. 바빴어요 정말로...
08. 엄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 제목이 특이한데요, 어떻게 정하게 되었나요?
사실 책 제목의 가제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 이었어요. 전 정말 듣보잡에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니까요. 그래도 사람들은 상관없는 사람의 얘기로 공감도 하고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 싶고, 그럴 거 같았거든요. 책이 기획출판으로 바뀌면서 “넌 응원만 해, 충고는 됐어”로 정해졌어요.
요즘 트렌드가 ~~했지만, ~~~했다. 뭐 이런 부정하는 단어와 연결을 많이 하더라고요. 트렌드에 맞춰보자 해서 드라마 대사를 발췌해서 정했었죠.
그런데 또 아무리 생각해도 책의 결과 제목이 맞지가 않는 거예요. 내용은 좀 구질구질 한데, 제목이 너무 쿨한 느낌이랄까요? ㅎㅎㅎ 그래서 투표에 투표를 거쳐,
“언니, 왜 드라마 보면서 울어요?” 가 결정되었어요. 너무 마음에 드는 거예요. 너무 많이 듣던 말이라서 (ㅋㅋ) 그런데 출판사에서 언니를 엄마로 바꾸길 원했어요. 엄마는 안건들이고 싶었는데... 너무 책 표지에서 감정 호소하는 거 같을까 봐 싫었거든요... 그래서 싫다고 했어요. 그런데 며칠 내내 출판사 편집 이사님, 부대표님, 홍보 실장님이 번갈아 가면서 문자가 와서 엄마가 좋대요. 엄마가 내부적으로 대찬성이래요.. 그래서 뭐 어떻게요. 그냥 따르겠노라 했죠.
그러고 나서 집에 와서 책을 다시 한번 읽었어요.
엄마 얘기가 너무 많은 거예요...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 최소 뭐 거의 마마걸 수준인데...
읽어본 사람들이 엄마 얘기가 이 책의 포인트구나 했는데, 그게 맞는 방향이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엄~청 마음에 들어요. 제가 경솔했어요.
09.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독자,라는 표현보다는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에게.라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어떤 경로를 통했던, 저를 알게 되고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자주 용기를 얻곤 해요. 남자한테 차이고 다니는 못난 모습, 평범하지 않았던 성장과정, 또래와 다른 삶의 속도 살며 느꼈던 좌절감들과 그로서 느꼈던 희망이나 결심을 손가락질하지 않고 응원으로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쓴 글에, 같이 눈물을 흘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자려고 눈을 감으면 문득문득 고마워요. 우울감이 몰려올 틈도 없이 저는 요즘 꽤나 행복하답니다.
사는 거 참 지치고 힘들어요. 그렇죠, 에라이!!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지치지 않고, 해피엔딩을 향해 가보기로 해요. ♥
모두에게 행복한 봄날이시길 바랄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