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하나가 난자를 냉동시키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300만 원쯤 한다나.
"지금도 노산인데 나중에 더 나이 들면 아이 쉽게 못 가질지도 모르잖아,
난 어차피 꼭 아이를 낳아 기를 생각이니 잘한 결정 같아, 도연아, 너도 해!"
얼마 후 가족모임에서 이모 왈,
"너도 이제 나이가 많은데 나중을 위해서 난자를 냉동시키는 게 어때?"
나는 난자를 냉동하는 일에 대해서 그렇게 호의 적이지 않다. 당장 아이를 지금 갖고 싶은 마음도, 아이를 낳고 기를 용기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아무래도 나중에 어떻게 될까 봐 무언가를 준비하는 치밀함이라곤 없는, 당장 눈앞에 일을 처리하기에도 힘든 인종이다! 매 끼니마다 밥을 챙겨 먹는 일도, 이사를 가야 해 천만 원을 일주일 안으로 만들어 내야 하는 일도, 매일 강아지의 배변패드를 치워주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하루가, 머릿속이 복잡하고 벅차단 말이다. 나중에 아이를 갖고 싶을 때에 가질 수 없을까 봐 때에 맞춰 주사를 맞고 병원을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을 자초하면서까지 출산을 미리 준비하고 싶지 않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함께 몸속 난자도 힘을 잃으며 늙어가고 있지만, 나의 난자의 안위 뿐 아니라도 지금 번거롭고 해결되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언제가 될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 300만 원을 쓰고 시간을 내기가 부담스럽다.
행여 건강함을 잃고 기력이 쇠한 나의 난자가 사랑하는 이를 만나게 되어 아이를 갖고 싶어도 못 가지는 몸이 된다면, 그땐 내 배로 아파 낳은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을, 슬프지만 운명이라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그때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나를 원망하면서.
여러분 각자의 난자는 각자가 챙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