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모두 더 나아지시길

NOMODE design studio

by 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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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모두 더 나아지시길


호피폴라가 생기는 시점으로 성산동에 새로운 샵이 많이 생겨났다. 연남동의 상가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개인 사업자들이 옆 동네인 성산동으로 몰려들었다. 오픈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단골이 된 여자 손님은 근처에 강아지 수제 간식 집 ‘챱챱’을 운영한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정오, 오픈 시간에 맞춰 마수걸이를 해주는 호피폴라의 VIP 손님이었다. 게다가 우리가 기르는 강아지 간식까지 챙겨주는 고마운 마음에 점점 가까워졌다. 어느 여름날에는 날씬하고 예쁘게 생긴 반려견을 데리고 슬리퍼를 신은 한 남자가 카페 근처에서 어슬렁거렸다. 강아지가 너무 예뻐서 이런저런 얘길 나누어 보니 부부가 근처에서 선인장 가게를 운영한다고 했다. 강아지 이름은 ‘마리’다. 사장님 부부도 알고 보니 챱챱의 단골이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친해졌다. 티에라 선인장이 6월에 오픈, 호피폴라가 7월에 오픈, 챱챱이 8월에 오픈했다. 카페 골목 앞에 배달 삼겹살 매장도 생겼다. 20대 여자분 두 명이 운영을 하는데, 호피폴라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는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호피폴라는 매일 저녁시간이 되면 동네 사장님들이 몰려들어 성산동 소상공인들의 방앗간이 된다. 우린 장난 삼아 '성산동 소상공인 협회'라고 칭하고 매일매일 회의를 한다. '오늘은 비가 와서 손님이 없어, 장사가 안되니까 다 접고 삼겹살에 소주나 마시러 갑시다!' 하는 류의 진지한 회의. 만나서 술만 마시는 건 아니고 품앗이처럼 각자 일이 있을 때 서로 돕기도 한다.


2019년을 며칠 앞둔 날, 강원도 양양에 용한 철학관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성산동 소상공인 협회 회원들은 매장 마감 후 양양으로 달려갔다. 동해 일출을 함께 보고, 꼭두새벽부터 철학관으로 들어갔다. 한 명씩 방으로 들어가 2019년의 운세를 봤다. 내년에 장사가 잘 될는지, 어떤지... 올해 내가 삼재란다. 그래서 팬티를 태워야 한다며 스님이(보살님이?) 팬티는 가져왔지? 하신다. 팬티를 태워야 하는 걸 알 리가 없는 나는 스님의 안내로 그날 입은 팬티를 벗어 봉투에 넣고 노팬티로 강원도 양양을 쏘다녔다. (오해하지 마시라, 사주팔자를 봐주는 스님은 여자분이었다.) 그리곤 수산시장으로 가 회와 대게를 같이 나눠먹었다. 무박 2일의 짧지만 굵은 미신 여행이었다.


호피 폴라가 1년이 된 지금도 성산동 소상공인 협회 회원들은 여전히 서로의 일을 돕고 함께 밥을 나누어 먹고, 출근길에 들러 굿모닝 인사하며 잘 지내고 있다. 어딜 가나 인복이 많은 난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마음을 많이 나누었다. 늘 걱정이 많은 엄마는 사람들한테 너무 마음 쓰지 말고, 너무 네 얘기 많이 하고 다니지 말라고 염려한다. 그런데도 엄마 말이라곤 지지리도 안 듣는 철부지 딸내미 인지라, 나는 벌써 마음을 쓰고 내 얘기를 많이 하고 그러면서 마음을 주고, 쓰고, 좋은 사람일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산다. 세상엔 좋은 사람 많다. 정말로. 그렇게 믿고 산다 나는. 결국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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