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폐업
갈등의 시작
다들 그렇게 말했다. 동업은 힘들 거라고. 나는 그런 말이 듣기 싫었다. 어차피 동업이 힘들다는 사실은 ‘보증 서면 큰일 한대.’ 하는 말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만큼 자명한 사실이란 말이다. 그래서 알고 있었다. 동업이 힘들다는 뻔한 스토리를 말이다. 그리고 그 뻔한 스토리를 내가 겪고 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질 않고 왜 그 뻔한 스토리는 나를 비껴가지 않을까.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질 않고 왜 그 뻔한 스토리는 나를 비껴가지 않을까.
호피폴라를 같이 운영하고 있는 J와 슬슬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대체로 동업이 힘들어지는 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사업이 잘되어 수익이 많아지는데 분배나 노동의 양이 평등하지 않을 때, 혹은 사업이 잘 안되어 예민해지고 날이 설 때. J와 나는 후자에 가까웠다. 카페는 애초에 수익의 주축이 아니라고 못을 박고 시작했지만 슬쩍 장사가 너무 잘되면 어떡하지? 란 거만한 꿈도 품었었다. 하지만 호피폴라는 2명이서 수익을 나눠야 하기 때문에 각자에게 딱히 손에 쥐어지는 수입은 없었다. 하지만 매일 출퇴근에 기약 없이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동시에 디자인일도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어느새 둘 다 예민 지수가 높아져갔다. 카페 수익을 올려보려고 J는 납품받던 디저트를 직접 만들겠다고 했다. 나는 카페에서는 수익이 없고 음료만 팔아서도 마이너스가 날 지경인데 더 이상 한 푼도 호피폴라에 투자할 수 없다고 했다. 완전히 베이킹이 손에 익은 것도 아니고 재료나 장비를 구매한들 완성된 디저트를 팔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기에 5만 원도 안 하는 와플 기계를 사느냐 마느냐로 우리 둘은 열을 올렸다. 결국 그녀는 개인 돈으로 와플 기계를 구매했고, 나는 말리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수익 보장이 되지 않는 돈을 투자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과적으로 디저트는 성공적이었고 잘 팔렸다.
J는 그맘때쯤 외주 디자인 업무의 비수기였고, 매일 출근해야 하는 카페에서도 수익이 나질 않으니 어떻게든 수익을 만들어내려고 애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실용서 교재 원고 작업을 하고 있었기에 마감만 한다면 목돈을 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 겨울 호피폴라는 나에게 철저히 사무실로 생각하며 책상을 추가해 놓고 작업에만 열중했다. 카페에 내가 투자한 것이라고는 오픈과 마감시간, 그것 하나는 절대적으로 지켜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했다.
<함께 사는 사람, 같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과의 싸움은 잊어버리기 위한 싸움이다. 삽을 들고 감정의 물길을 판 다음 잘 흘려보내기 위한 싸움이다. 제자리로 잘 돌아오기 위한 싸움이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J와 나는 아주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코너에 몰렸을 때, 절벽 끝에 서있을 때에 그녀는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이 늪을 빠져나오는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인 반면에, 나는 하던 일을 꾸준히 하면서 이 세상 끝 절망 또한 지나갈 것이라며 기다리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후로는 J는 여행을 다니고 개인 디자인 일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면서 카페에 소홀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오픈과 마감을 지키며 우직하게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끓어오르는 원망을 억누를 재간이 없었다. 카페에서 마주쳐도 우린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대화도 하지 않았다. 점점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답답해졌고 주변에서는 역시나 동업은 힘들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충고했다. 노스트라다무스 급의 예언이다. 그들의 예언은 적중했지만, 이 또한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감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미 예상했었던 동업의 갈등이니까 여기에서 관계를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일을 시작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하나가 사람을 잃지 않는 일이었다. 같이 일을 하면서 서로 마음이 상하고 안 맞는 부분을 많이 발견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오래된 인연인 직장동료이자, 동생이자 친구였던 그녀를 잃고 싶지는 않다. 나는 여전히 묵묵히 나의 할 일을 하고, J도 나름의 할 일을 찾아서 했다.
나는 여전히 묵묵히 나의 할 일을 할 수 있을 뿐이었어.
그 사이 우리 둘은 다시 예전처럼 관계를 회복했다. 너 왜 그랬냐, 너무 서운하고 화가 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냥 나는 내 일을 했고, 그녀도 그녀의 일을 하면서 다시 예전처럼 지내게 되었다. 여전히 카페에서는 수익이 없지만 함께 점심을 챙겨 먹고 커피를 마시고, 각자 할 일을 하고 퇴근한다. 어쩌면 그녀와 나 둘 다 그쯤부터 슬슬 호피폴라를 포기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1년만 해보자 하고 시작했다. 어느덧 해가 바뀌어 봄, 언제 카페를 처분할지 의논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이 호피폴라가 너무 애틋하고 나의 뜨거움이 깃들여있는지라 포기가 쉽지 않다.
3월이 되자 카페 앞은 라일락 향기가 진하게 났고 날씨도 죽여주게 좋다. 어느새 1년이 가까워졌다. 이젠 정말 호피폴라를 놓아주어야 하는 날이 다가온다.
김하나, 황선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