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나는 충만하다.

천천히 걸어도 돼, 몽골이니까!

by 도연


음..음!! 오늘이 무슨 요일이야?
컼..음!...몰라...


모래먼지에 칼칼해진 목을 다듬으며 채리가 묻는다. 사막에서 우리는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사막에서 며칠짼지 세어보지 않았다. 몽골에선 우리만의 시간으로 흘러가는 듯 하다. 날짜와 시간이 아닌, 손가락으로 아쉬움을 접는다. 시간이 조금 더 더디게 흘러 가주길.


굿모닝 우리팀! 오늘도 잉케가 우릴 깨운다. 몽골에서 화장실에 볼일을 보는 일을, 남자는 '말보러 간다.' 여자는 '꽃따러 간다.'고 한다. 여행이 길어지기 시작하자, 며칠째 말을 못봐서 몸이 무거운 친구들은 아침밥을 거르기도 했다. 다행히도 나는 매일 아침마다 꽃을 한아름 딴다. 푸르공으로 다음 목적지까지 오프로드로 평균 7-8시간을 달리다 우리가 신호를 주면 기사 아저씨는 아무렇게나 차를 세운다. 꽃도 따고, 스트레칭도 하면서 짧은 휴식시간을 보낸다. 모래바람 맞으며 아무도 아는 이 없는 이 곳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자면, 아무것도 아무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좋다. 후련하다. 역시, 떠나길 잘했다.


잉케는 사진을 잘 찍는다. 그러고 보니 티셔츠도 코닥 티셔츠, 지난 밤 잉케에게 물었다. 잉케의 꿈은 뭐냐고. 잉케의 꿈은 역사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이란다. 몽골의 히스토리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1년 정도 일을 했고, 영화 촬영장에서도 잠깐 아르바이트를 해봤다고 한다. 조금은 힘든, 어쩌면 부족한 기회의 국가에 살면서 멋진 꿈을 안고 살아가는 청년이 빛이 났다. 꿈, 누군가를 빛나게 하는 일이구나. 관심도 없던 곳으로 여행을 떠나와 생각치도 못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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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 - 쉬이 -

내가 살면서 이렇게 내 귓가로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집중해본 적이 있던가. 온몸에 들어오는 자연의 기운에 집중하려면 몽골로 가야만한다. 일상의 탈출, 몽골은 나에게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사랑받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져 자존심이 많이 긁혔더랬다. 회복할 수 있을거란 자신은 있었지만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몰랐다. 만약 사는대로 살았더라면, 나는 과연 이렇게 마음이 충만할 수 있었을까.


오늘 이 모래바람에 모든걸 날려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낙타위에서 바람소리를 들으며 나즈막히 노래를 불러본다. 사막에선 어쩐지 감성에 취한 사람처럼 시도 때도 없이 모든 순간이 감동이다. GOD의 촛불하나를 흥얼거렸고, 마음에 따뜻한 색 잉크로 번지는 느낌이었다. 천천히 마음한구석이 따끈하게 데워지는 느낌. 이 모든 세상과 사소하지만 특별한 이 순간들이 감사하다.


지금. 나는.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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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는 해가 눈부시다. 여행이 절반이 지났다.

모두 아프지 않고 이 여행이 무사히 끝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