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걸어도 돼, 몽골이니까!
오늘도 갈 길이 먼 사막 한가운데다. 하루 평균 6시간을 덜컹대는 차에서 지내며 텅 빈, 사막을 하염없이 지켜본다. 여기인지 저기인지, 사진이 찍힌 시간이나 날짜를 보지 않는다면 알아채지 못할 풍경이다. 사막의 매력일까? 여전한 거. 변하지 않는 거. 알아채지 못하게 조금씩 변하고 달라지고 있는 거.
며칠 만에 이 텅 빈 모래와 하늘은 흔한 뷰가 되었지만, 말이 달리고 낙타가 도망가면, 양이 물을 마시고 독수리가 소의 시체를 뜯어먹을 때면 돌아가면 이 흔한 풍경도 지나고 나면 얼마나 그리워질지 알고 있다.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해야지. 있을 때 만끽해야지. 지나고 나서 후회 말고.
"춘천 가는 기차"
조금은 지쳐있었나 봐. 쫓기는 듯한 내 생활,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몸을 부대 어보며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 지난 일이 생각나.. 차라리 혼자도 좋겠네-
덜컹대는 푸르 공 속에서 듣는 김현철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소중하다. 인터넷이 되지 않아 다운로드되어 담겨있는 음악만 들을 수 있었기에, 한곡 한곡 아껴 들어야 한다. 한 음절 한 음절 놓치지 않고 들으려고. 오늘은 가사들이 모두 내 맘 같다.
아무래도 조금은 지쳐있었나 보다.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면서도 쫓기는 것 같이, 그렇게 연애를 했다. 가자는 곳에 가고, 먹으라는 것을 먹고, 하자는 것을 하면서. 뭐 아무튼 그래서 어찌어찌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떠나온 몽골의 사막 길 위에서, 오늘 그대를 떠나보냈다. 지난 일을 생각해보니 차라리 혼자라도 좋겠다. 그대, 어디서든 누구와 함께이든 행복하길 빌겠다. 나 역시 다시 행복과 기쁨을 위해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하며. 훌훌 털어버린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구나. 훌훌 털어버리기. 그리고 다시 일어나기. 이런 기분, 잊지 말기.
잉케가 양들이 물을 먹고 있다고 구경하라며 차를 세워줬다. 유목민들은 물이 귀한 사막에서 우물을 만나는 건 행운이란다. 우물을 만나면 하루에 4-5시간 동안 동물들에게 물을 주면서 쉬어간다. 나는 그런 유목민들을 만난 걸 행운이라 생각하고.
자, 이제 오늘은 우리 어디서 잘 까요?
anywhere
오늘도, 적당히 아무 곳에나 차를 투박하게 정차하고 오늘의 집을 지었다. 저녁 준비를 서두르다 감자를 깎으며 문득 "행복하다..."라고 말해주는 채리. 그녀 덕분에 마음이 말캉말캉. 벅차오른다. 우리가 집을 지으면 잉케와 아저씨는 하루 종일 먼 길을 달리는 푸르 공을 닦고 기름칠하고 조인다. 그들을 보는 마음이 이상하게 또 말캉말캉. 벅차오른다. 여기 몽골, 이상하다. 입안을 오물오물 움직이면 모래가 서걱서걱 씹히는, 이렇게나 건조한 사막 위에서 자꾸 사람을 말랑하게 만들어.
잉케에게 오늘은 우리 캠프파이어를 해보자고 했다. 잉케는 손에 똥을 올리고, 이 정도 마른 동물의 똥을 주워오라고 얘기해줬다. 내가 자리 정리를 하는 동안 여행친구들은 똥을 주으러 다녔다. 삼십 분쯤 되었을까? 똥이 한가득 쌓였다. 똥에 불을 붙이자, 잘 타오르는 똥. 좋은 장작 부럽지 않게 똥은 활활 잘 타올랐다. 점점 날씨는 추워졌지만 똥불 덕에 따스운 밤을 보낸다. 좋은 음악을 들으며, 똥 불을 바라보며_:)
이번 여행의 특별함 중 하나는 다른 무엇보다 멤버들과의 취향에 있었다. 음악 취향, 여행 취향, 그리고 기록하는 취향이다. 누구는 그림으로, 누구는 글로, 누구는 사진으로 기록하길 좋아했다. 그리고 각자 기록하는 시간을 매일 두고 그 시간에는 최대한 각자의 시간을 보내도록 배려했다. 여행을 함께 하는 이들, 그리고 몽골의 모든 따뜻한 기운이 나를 감싸주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