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집행 유예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첫”사람입니다.

by Romantic Eagle

이별을 남녀 사이로 국한하는 방식의

개념을 안고 사는 바람에

이별이란 단어는

내가 사랑을 어떤 방향으로 정의하게 만든

일련의 사람들을 연상하게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런던의 템즈강을 보며

출퇴근을 하다가

이틀 뒤엔 한국으로 돌아와

지역 버스 113번을 타고

시내에 볼일 보러 나가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시간과 공간은 때로는 무심하게

자기의 영역을 지키고 있을 뿐인데,

그를 갑작스레 오가는 나의 세상 인지 방식은

결코 그렇게 무심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간을 역행하는 기분은

좋지만은 않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 24 시간의 8 할을 차지하던.

타인의 시계에 오늘 나는

OFF다.

아니, 오늘부터 나는 OUT이다.


스케줄이 꼬인다.

관성은 이럴 때 이해하기 쉽다.


쉽게 헤어졌든

어렵게 헤어졌든

“헤어졌다”라는

팩트에

나머지 감정과 시간을 맞춘다.


이별의 잔여물은

눈물부터 시작한다.


타인이 없어서라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던 대상이

사라졌다는 사실에서 오는

“나”를 두고 일어난

매정한 사실에 대한

소극적인 반항에 가까운.


그렇게 혼자

감정적인 혼돈을 이겨낼 만하면

자기의 힘든 시간들에 대한

보상 심리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


다음 만남에 대해 너무

방어적이거나

지나치게 가벼우려고 하는

극단적 경향으로

일단 시작하는 것 같다.





이별 집행 유예.






기간이 얼마든

우리 모두는

“나”한테나 일어난 것 같은 비합리적 이별에

일단은 아주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시간을 필요로 한다.

사람을 필요로 한다.




이별을 남녀의 것만으로

국한할 수는 없음을

알아가는 30대.


더 많은 이별이 일어난다.


만남도 더 많이 일어난다.


그러다 보면

만남과 이별에 얼마 나의 “자신”을

투영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또 모르게 된다.


그 숱한 happening의

중심에서

그다음 만남은


나의 과거적 해석과는 별개로

일어난다는 것은 기억해야 했다.


어제의 그것과 비슷할 것 같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서사적 자아”는

때로는 맞을 수도 있지만


그에 갇히는 방식으로는

새로운 버전의 만남이란

환상에 불과하다.


나는 네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


라는 말은

나의 Opinion이지

Fact가 아니다.


때로는 내가 정하는 나의 한계가

나라는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풍부한 기회를 공중분해해버린다.



그래 놓고 세상은 내 편이 아니란다.

내가 내 편이 못되어 준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내가 내 편을 드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물리적 도움을 찾다 보면

결국 자신을 의심하는 타협으로

타인의 적선을 얻고는 했다.

이내 관심을 거두는 타인의 적선을.


그러고 혼자 남는 나는

다시 나와 만난다.


내가 혼자 이겨낼 수 없었다면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의심을 하는 자신을 또 발견한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자신 인생의 결과적인 구성물이 된다.




인간은 어느 정도의 모순과

좀 많은 정도의 자기 방어와

넘치는 정도의 서사적 자아를 지닌

존재로서


좋음과 싫음이 확실한만큼

불확실하고

아는 만큼 모르고

최고의 결정을 내렸음에도

결과적인 결점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정의할 수 없는

부분을

타인이 나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타인의 의견이 가벼울 수도 있지만

그 한 두 마디는 나의 자아에

변형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것.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중요한 건


그래서 당신이 불만족스럽지 않은 삶을 사느냐

인 것 같다.


새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사람은 어느 정도 비슷한 사회에 둘러싸인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는 집단 속 개인일 테니까.


그러나 누구에게나 서로의

“첫 사람”일 기회는 공평한 것 같다.


이별, 사랑 등의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나와 너의 물리적 경계선이 허물어져갈 때 즈음

각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더 나은 존재가 되고자 하며

그제야 서로에게 조금


오래 남는 사람이

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





Dear My First O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