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남이 되고
헤어짐은 짐이 되었다.
그리워해도 그리워하고 있었고
그리워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그립지 않지 않
았다.
나의 결핍을 채우는 것 같아 보일까 봐
더 사랑할 수도 없었고
줄 수 있는 것을 다 줄 수 있었기에
덜 사랑한 적도 없었다.
자꾸 그리운 건
내가 변화하기를 멈췄다는 뜻인지도 몰랐고
변화하기 시작하면
네가 그리울 시간이 없음에 적잖이 놀란다.
인간으로 살면서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한다는 건
개인 연대기의 지독한 보수성을
결국에는 이겨내지 못함을
인정하게 되는 선상에서
허탈하게 웃으며 오늘도 해가 떴음을
마주하는
지극히 일괄적인 처리 방식에
지나지 않는지도 몰랐다.
다시 만남이
연체되었습니다.
그 방식은 결론적으로
아주 중요한 존재에게
시선을 돌리게 하는 것으로 수렴했다.
다른 시대
다른 인종
다른 지리적 환경
다른 사회적 환경
다른 존재의 닻
우리 모두는 친해질 수 있는
절대성을 두고
상대적인 상황에서
익숙해진 타인과의
익숙해진 맥락 속에
자신의 책을 기록한다.
아주 몰래
그리고
아주 보란 듯이
모두가 잠재적 친구이자 동료이자
낯선 타인이다.
그리고 나의 현실은
언제나 그 사람이 없음을 인지하는 슬픔
의 흙 위에 다시 꽃을 피우고
웃을 것이다.
언제나 그 사람을 기억한 후에
모든 낯선 친구들과의
“오늘”에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랑을
심으려고 한다.
아주 몰래,
그리고
아주 보란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