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하면서도 풍족하고, 열렬하면서도 차분한.
안녕하세요. 맑은 하늘(淸旻)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청민입니다.
스물다섯이라는 시간을 살고 있고, 한국에서 가장 덥다는 대구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 '브런치'라는 공간을 살짝 구경하며 느낀 것은
'전문가들이 너무나도 많다!'
'과연 내가 여기에 자국을 남겨도 괜찮을까'였습니다.
사실 이 소개글을 쓰는 지금에도,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과 멋진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부끄러움이 함께 뒤섞여 있습니다.
뜬금없이 나이 고백을 대뜸 하는 이유는,
어렸을 적 제겐 스물다섯에 대한 환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물다섯이 되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스스로를 참 잘 아는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스물넷에서 스물다섯으로 넘어가던 겨울,
저는 큰 상실감에 빠졌습니다.
주변 친구들은 모두 취업에 성공해 뭔가 '생산적인 사람'이 되어있는 반면에,
저는 대학에선 '왕언니'로
스스로에겐 '비 생산적인 사람'으로 취급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취준생이고(이 말에 제 마음이 다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모아둔 돈은 없습니다.
물려받은 유산 같은 것도 없으며, 머리가 굉장히 똑똑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저는 초라한 마음으로 스물다섯이 되었습니다.
불안하고 애가 타며, 보이지 않는 미래를 막연히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주제의 글을 써보는 것이 좋을까, 사실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기엔 아직 너무 어리고,
특정 정보를 소개하자니 전 전문가도 아니었습니다.
'에잇, 그냥 단순하게 내 이야기를 써보자!'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재밌게 쓸 수 있는 분야를 고민하다
결국, 이 분야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돌아보면, 저의 스물다섯은 초라했지만 풍족했습니다.
청춘이란 빛나는 시기가 주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겐, 또래 친구들에 비해 조금 많은 여행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인도의 시골 마을에서 꽃 선물을 받아보고,
갈아 입을 옷도 없으면서 베른의 분수에 뛰어 들었으며,
무너질 듯한 노르웨이의 절벽에서 사색을 즐겼고,
조용한 독일의 캠핑장에서 월드컵 결승전을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기회 말입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감정이 숨 쉬는 대로
낯선 공기의 흐름을 따라 걷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누구보다 풍족한 청춘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삼포세대 그리고 칠포세대.
불안하고 보이지 않는 미래 앞에서 취준생인 제가 가진 것이라곤
튼튼한 몸뚱이와 조금 풍부한 감성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빛나는 젊음과
튼튼한 몸뚱이, 아무 생각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는
오직 청춘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었습니다.
스물다섯,
저는 초라한 풍족을 청춘이란 이름으로 따듯하게 누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소소한 여행의 이야기와
낯선 사진들
그리고 몇 마디의 수필로
이 공간을 채워보려 합니다.
발로 밟으며 보았던 새로운 풍경들, 다른 언어를 쓰는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
소박하지만 풍족한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전 특정 분야에 전문성이 없기에, 큰 정보를 기대하고 들어오셨다면
제 페이지에 실망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따듯하고 로맨틱한 이야기를 함께하고 싶으신 분들에겐
겨울 날 언 몸을 이끌고 들어간 식당에서 마주한 따끈한 우동 국물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예쁘고 따듯하게 반겨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만나 뵙게 되어,
참-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