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 안 되는 인생

인생이란 나뭇잎 같다

by 낭만피셔

각종 스트레스와 걱정의 무게를 잔뜩 안고 시작했던 11월. 돌이켜보면 내가 의도한 방향으로 흐른 것은 거의 없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상황은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며 정리되고 있다. 산다는 건 참 묘한 일이다. 나는 늘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며 살아왔다고 믿어왔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거대한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나뭇잎처럼 보이지 않는 큰 흐름 속에 흘러가고 있었을 뿐이다. 11월의 문턱에서 지금의 상황을 상상이나 했을까.


이번 달, 나에게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 건 3박 4일간의 제주도였다. '그저 좀 쉬고 싶다'는 단순하고 충동적인 마음으로 떠난 도피였다.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혼자 조용히 생각만 정리할 수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제주도에서 나는 철저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할 일이 없으면 숙소 마당 흔들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영화를 봤다. 배가 고프면 맛집을 찾았고, 해가 뉘엿뉘엿 지면 노을을 이쁘다는 바다를 구경했다. 무언가를 정리하려 떠난 길이었지만, 정리할 생각도 남지 않을 만큼 머릿속이 깨끗하게 비워졌다. 그분과 함께했던 식당과 카페를 다시 찾기도 했다. 같은 자리에 앉아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면서 겹쳐진 시간을 더듬어 보았다. 갈까 말까 고민이 많았는데 정신 차리니 그곳이었다. 슬픔보다는 아련해졌다. 기대보다 꽤 괜찮은,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언젠가 다시 한번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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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두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밤들이 무색해졌다. 나는 '육아휴직'이라는 예상치 못한 역에 도착했다. 내 의지로 선택한 길은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사건들이 휘말리다 보니 남은 게 육아휴직뿐이었다. 12월부터 인수인계가 시작될 것 같은데, 과연 내년의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지금관 다른 고민이 생기고, 부담감도 더 커지겠지.

하지만 솔직히 지금 나는 시원하다. 어차피 내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인생이라면, 6개월 동안 아이와 좋은 곳을 다니며 내 삶을 다시 한번 새로고침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내 맘대로 안 되는 인생, 굳이 미리 머리 아파할 필요가 없다. 내일의 걱정은 내일모레의 나에게 미뤄두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