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크리스마스는 공교롭게도 일요일이었다. S는 늦은 오후의 햇살이 방바닥에 길게 누울 때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 의식은 돌아왔지만 몸은 온수매트가 만들어낸 따뜻한 중력에 붙들려 있었다. 그는 손을 더듬어 머리맡을 찾았다. 손바닥에 닿는 투박하고 두꺼운 폴더폰의 감촉. 익숙한 그립감이 잠을 쫓았다. 메시지 함을 열었다 닫았다.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려다, 문득 밥상 밑에 아무렇게나 놓인 아이패드를 발견했다. 굼벵이처럼 몸을 비틀어 손끝으로 간신히 차가운 패드를 끌어당겼다. 액정 속 세상은 어제와 다름없이 소란스러웠다. 별다를 것 없는 휴일의 오후였다. 그때 머리맡에서 투박한 폴더폰이 울렸다. J였다.
"잘 잤어요?"
"네네 잘 주무셨어요? 뭐 하세요?"
폴더폰의 자판을 누르는 소리가 경쾌했다. 몇 번의 메시지가 오가고 약속이 잡혔다.
'3시에 강남구청역에서 만나요'
S는 그제야 온수매트의 전원을 껐다. 샤워기 아래에서 어제 크리스마스이브의 기억을 떠올렸다.
"크리스마스에 뭐 하세요?"
"집에서 나 홀로 집에 볼 것 같은데요?"
"네?"
S의 동네까지 불쑥 찾아왔던 J. 밤새도록 이어졌던 통화. 대화의 내용은 이미 휘발되어 사라졌지만 목소리에 섞여 있던 설렘, 묘하게 들떠있던 분위기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죽전역에서 지하철에 올랐다. 차창 밖으로 겨울의 풍경이 빠르게 밀려났다. 강남구청역은 금방이었다. 혹시 어색하면 어쩌지. 역 근처 투썸플레이스 구석진 자리에 앉아 S는 J를 생각했다. 도착한 J는 어제처럼, 아니 어제보다 더 해맑았다. 두 사람은 커피 향을 사이에 두고 어제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
카페를 나섰을 때 겨울의 해는 이미 짧은 꼬리를 감추고 있었다. 강남구청역에서 압구정역까지. 두 사람은 30분의 거리를 걸었다. 거리에서 마주친 J의 지인들은 두 사람이 잡은 손을 보았다. S는 그 시선을 부끄러워했고, J는 즐거워했다. 몇 마디의 대화가 하얀 입김으로. 몇 번의 웃음소리가 겨울바람에 실려 날아갔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둘은 인사를 나눴다.
"이제 들어갈게 연락할게요"
"네네 저도 연락할게요 조심히 가세요"
두 시간이 되지 않았던 짧은 만남. 2016년 12월 25일. 그날은 그들이 함께했던 수많은 페이지의 첫 번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