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이 가면

by 낭만피셔

요즘 생긴 버릇이 하나 있다. 핸드폰 사진 속 날짜를 확인하고, 그날로부터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가늠해 보는 일이다. 특히 작년 말과 올해 1월, 2월의 사진들을 보면 묘하다. 그때 카메라를 들고 있던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증발한 건지 아니면 아무런 생각 없이 시간에 떠밀려 다니기만 했던 건지. 그렇다면 사진 속의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



2025년은 산다는 것보다는 '버틴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한 해였다.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감정들을 어떻게 소화시켜야 할지. 쏟아지는 생각들을 어떻게 걸러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부딪히며 살았다. 글을 써보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아보기도 하고. 이런 과정에서 옆에 있던 가족들과 아이는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동안 나는 어색한 침묵이 흐르거나 불안이 올라오면, 왼쪽 약지에 낀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차가운 감촉이 주던 안정감. 5년 동안 끼던 반지를 뺐을 때 손가락에 남은 것은 슬픔보다는 허전함이었다. 몇달 간 마음이 어려울 때 부재한 반지의 환상통을 앓았다. 다시 껴야할까. 고민하다보니 시간이 지났고, 이제는 손가락을 조이던 하얀 자국도 희미해졌다. 매 순간 무의식적으로 손을 더듬던 버릇도 사라졌다.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걸까. 생각하다가 드레스룸 앞에 서면 아득해진다. 옷걸이 가득 걸린 그분의 옷들. 며칠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주 입던 잠옷을 꺼내 코를 묻어보았다. 익숙했던 향기가 남아있을까봐. 하지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드레스룸의 건조하고 서늘한 냉기뿐. 이제는 온기가 다 사라진 옷들 속에서 나는 무엇을 붙잡고 있는 걸까. 사진도, 옷들도 언젠가는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조금만 기다려보자.


지독했던 2025년을 꾸역꾸역 거의 다 보냈다. 다가오는 2026년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으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 출퇴근은 사라지고, 아이의 등원과 하원길이 생겼다. 회사 일보다는 집안일에 집중하게 될 것 같다.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솔직하게 내가 무슨 짓을 해도 2025년보다는 낫지 않을까. 과연 내년 12월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