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17」 - 2020년, 코로나 시대를 보내며
영화 1917은 항상 궁금했던 영화였다. 전쟁영화를 원테이크로 보여준다는 사실(물론 실제 촬영은 아니었겠지만) 때문이었다. 전쟁을 편집 없이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쉴 틈 없이 달리는 영화 속에서 보인 건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참호 속에 숨어 담배를 피우는 얼굴, 책을 읽는 얼굴, 잠을 자는 얼굴. 어딘가로 끊임없이 달리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얼굴. 작전을 듣고 그를 바라보는 얼굴. 숨겨뒀던 술을 내어주는 얼굴. 시신이 되어 물가에 버려진 채 혀를 빼고 있는 얼굴. 집에 숨어 두려움에 떨던 프랑스 여성의 얼굴. 적을 발견한 독일군의 얼굴. 죽을 것을 알고도 달려 나가야 하는 얼굴. 두려움에 빠져 눈물을 흘리는 얼굴. 작전이 미뤄지고 안도하는 얼굴. 동생의 죽음을 알고 어쩔 줄 모르는 얼굴. 1917년 프랑스에 있던 사람들은 정말 이런 얼굴을 하고 있었겠구나. 영화 1917이 원테이크의 방식을 선택한 건 전쟁의 리얼함이 아닌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2020년 지구의 어떤 공간에서 어떤 사건을 원테이크 영화로 만든다면 어떨까. 거리, 지하철, 사무실 어느 곳에서든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겠지. 서로 다른 사연 속에서 같은 모습의 마스크를 쓴 채 비슷한 모습으로 주인공을 바라보지 않을까. 몸이 아파도, 직장이 위태로워도 2020년의 사람들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2020년은 코로나가 우리 얼굴을 덮었다. 우리의 기쁨, 슬픔, 고통 모든 것이 납작해졌다.
올해 난 결혼을 했고, 아버지는 퇴임식을 가졌다. 코로나 속에서 결혼식과 퇴임식은 같은 모습이었다. 행사를 앞두고 확진자 수를 지켜보며 맘을 졸여야 했다. 우리는 인원수를 제한당했고 마스크를 썼고 심할 때는 사진조차 찍지 못했다. 우리는 다행히 사진을 찍었지만 모두 거리를 둬야 했다. 8월과 9월 결혼식을 올린 모든 부부들이 같았다. 부부들은 코로나 속에서 납작해져야 했다. 그게 싫다면 결혼식을 미루던가.
누군가는 아팠고, 누군가는 기뻤다. 올해 초 기대와는 달리 연말임에도 아직 얼굴에는 마스크가 덮여 있다. 2020년은 확실히 코로나의 해였다. 하지만 코로나로만 기억된다면 억울하지 않을까. 나는 2020년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들을 겪었다. 코로나 속에서도 우리는 열심히 살았다. 1917년 전쟁 속에서도 각각 다른 얼굴로 다른 삶을 살았던 그 사람들처럼.
Written By. 낭만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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