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부동산의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매매 방식
부동산을 보다가 꽤 괜찮아보이는 집이 현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나오는 걸 몇차례 본 적이 있다.
이탈리아 부동산은 처음이기도 하고 현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의구심에 의구심을 먼저 품고보는 한국인이라 그런지 ‘에잇, 뭔가 문제가 당연히 있는 집일거야’ 하고 넘기곤 했다.
부동산에 들를 일이 있던 날, 궁금했던 그 집에 대해서 물었다.
“ Nuda Proprieta 도대체 무슨 말이죠? “
- 음.. 뭐랄까, 상속 없이 본인이 마지막까지 다 쓰고 가신다는? 뭐 그런 의미라고 보면 되는거죠
무슨 말인지 곧장 이해하지 못해 눈만 껌벅이는 우리에게 부동산 사장님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추가적인 여유공간 15평과 대략8평의 테라스를 갖춘 3개층으로 이루어진 약 60평의 빌라를 판매합니다.
단, 현재 소유주는 70세이고 해당 집에 대한 입주는 70세 그 (또는 그녀) 가 사망한 이후 가능합니다.
이게.. 무슨..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시쳇말로 100세 시대라고도 하는데 만일, 아니 만일이라고 하기도 혹시라고 하기도 애매한 상황에서 어쨌든 100세를 최대 종착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럼 현 시세보다 저렴한 이 가격에 당장 집을 샀지만 정작 입주는 30년 후에나 가능하다는 건데, 도대체 이게 말이되는 방식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았다.
- 빠르면 1,2년 안에도 입주할 수도 있지만 그 시점은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요 그럼요, 그 누가 대체 장담을 할 수 있겠어요
혹시 지병이 있으신가요? 왜 흔히 우리나라 드라마에선 그런 일이 있거든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게 아니라면 대체 왜? 어째서?
이야기를 이어갈 수록 이해가 안되고 위험한 상상이 떠올랐다.
사람 일 모르지 않는가!
할머니의 또는 할아버지의 신변이 보호될 수는 있을까? 안계셔야 입주가 가능하다는데.. 이 또한 누가 장담하는가, 이거 너무 위험한 방식 아닌가 세상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또하나는 내가 입주 한 들,
이러한 사항을 모르고 입주하는 것과 알고 들어가는 건 조금 다른 문제이지 않을까,
어제까지 이 집에 살 던 누군가가 떠났고 오늘 내가 이 곳에 들어왔다는 그 기분도 썩 좋을 거 같진 않았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일어선다.
그 이후로도 종종 이런 매매건을 만날 때마다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