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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Dec 01. 2022

길고양이는 처음이라..

너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픈데, 내가 잘 몰라서 미안해



첫째 아이 임신했을 때 배불뚝 길고양이 한마리가 집 마당에 드나들었다. 같은 배불뚝이로 안쓰러워 먹이 깡통 사다 몇 번 줬더니 곧 꼬물이 4마리를 데려왔었고 한동안 이 아이들 먹이를 챙겨줬다.

새까맣게 예쁜 색깔의 꼬물이 두녀석, 노랗게 예쁜녀석 하나, 얼룩덜룩 다른 녀석들에 비해 몸집도 작고 늘 뒤쳐지게 먹던 녀석 (우리는 이 아이를 ‘먼지’ 라고 불렀다)

매일 오던 아이들이 어느날부터 단 한 녀석도 찾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한동안 녀석들 먹이주는 걸 멈췄는데 먼지가 그 사이 임신을하고 찾아와 새끼를 낳기를 두번을 했다. 내가 먹이주던 갓 태어났던 새끼 고양이가 두번의 출산를 하는 동안 나 또한 두녀석이 생겼고 그렇게 또 한동안 오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전부터 다시 혼자 찾아왔다. 첫 날은 제법 굶주렸던지 (한동안 안왔기에 먹이도 없어 급한대로 참치 캔을 뜯어줬는데) 허겁지겁 먹고 후다닥 도망갔다. 내가 집사는 아니지만 사람 음식 주는 건 안좋다는 이야기 줏어들어 얼른 마트가서 고양이 밥을 다시 사다뒀고 다음날부터 이녀석은 다시금 우리집 마당으로 출근을 한다.

매일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 먼지는 창 밖에서 우리를 ‘애옹’ 하며 부른다.

아이들 또한 너무 좋아하고 먹이 주려고 나가면 내 다리를 칭칭 감고 애교부리느라 바쁘다. 유난히 햇살이 좋은 오늘은 문 바로 아래에 털썩 주저않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녀석을 보고 있으니 스담 한번 해주고 싶은데 괜시리 책임지지도 못할 거 손타게 하나 싶어 창 하나 사이에 두고 하염없이 바라만 본다.

마트 장을 보러가면 자연스레 고양이 코너를 기웃하게

되고 녀석의 간식을 고르고, 비록 집 안에 녀석을 들일 수는 없지만,

이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픈데 고양이는 처음이라.. 밥 챙겨주는 것 외 별달리 떠오르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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