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엔 역시 해피밀 맥너겟
투어로 아침 일찍 남편은 출근했고 아이들 깨워 등원시킨 후부터 집 안 일은 차지하고도 오늘따라 연이은 투어문의로 정말 눈코 뜰새없이 밥 한 끼먹을 틈도 없이 바빴다. 하원 알림은 진즉부터 울리는데 일이 마무리가 안됐고 수영레슨은 하원 후 시간이 빠듯하기에 조금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
어느하나 급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투어를 잠시 뒤로하고 아이들 픽업부터 출발하려고 가방 3개 (수영, 유도, 신발) 챙기고 차키+ 집키 + 내 가방까지 한 짐을 짊어지고 문을 나서는데 아차차 둘째 녀석 유도 끝나고 마실 물병을 깜박했다.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 물병을 챙기고 아침에 고집불통으로 얇은 후드집업만 입고 갔기에 저녁 칼바람 대비해 여벌 옷도 하나 들고 다시 나와 아이들을 픽업하고 레이싱카 처럼 달려 수영레슨 아슬아슬하게 세이브!
이제서야 한 숨 돌리려나 싶은 찰라!
내가방? 차에 두고 왔나?
‘애들 수영넣고 내 가방 차에 두고 올라왔나봐, 가방 가지러 내려가는 중’ 별 뜻없이 보낸 카톡 하나에 부리나케 연락이 와서는 소리를 버럭버럭, 된통 혼났다.. 심지어 차에도 가방이 없다. 버럭..이하생략..
곰곰이 명탐정처럼 되뇌인다.
분명 가방을 어깨에 들쳐멨던 기억,
다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 가방 뭉탱이를 쇼파 위에 던졌던 기억,
서둘러 가방들을 집어들고 나와 차에 도착
신발가방 뒤좌석 아이들 자리에 놓고,
조수석 발아래 유도가방 놓고,
조수석에 아론 여벌 옷과 수영가방 올려 둔 기억.
기억의 전부 다.
차에서의 내 가방은 기억이 없다.
그렇다면..아마도..
가방 뭉탱이를 쇼파에 던지고 그 이후 다시 안가져나왔을 가능성이 가장 농후하다.
그럴거다..그래야만한다..
수영을 끝마친 아이들 젖은 수영복을 벗겨내고 드라이를 하고 로션을 바른 후 유도복으로 갈아입힌다
아빠는 아침에 일하러가서 아직 안왔어?
- 그럼, 오늘 아빠 늦어, 자고 있으면 올거야
그럼 엄마 혼자 계속 있었어? 밥도 혼자 먹고?
- 그렇지..
Poverina.. (가여워..) 미안해 엄마 우리가 학교가서 엄마 혼자 있게 해서
….
어미는 또 펑펑 운다..
가방은 역시나 집에.. 쇼파 위에 얌전히 잘.. 있었고
안도의 숨을 이제야 몰아쉬고 서서히 이성을 찾고보니
그렇게.. 버럭.. 혼 날 일이었던가..
뭐.. 물론.. 잃어버리고 싶어 잃어버리는 사람은 없겠지만은 특히나 이탈리아에서 더더욱 그렇겠지만..
이탈리아 살이 17년 차 그는 크고 작게 서너번 잃어버렸고 심지어 지난 겨울 몽클자켓 잃어버린 이후 올 겨울 주구장창 집에서나 입을 요량으로 샀던 후리스 하나로 버티고도 있으면서..
그에 반하면 나는.. 이탈리아 13년차..
지금껏 티끌 하나도 잃어버린 적 없는데..
집에 있을거라고도 했는데 그렇게나 혼쭐이 났어야 했나.. 좀 억울하고 속상하고.. 다 하네 진짜..
(절대 안그래 보이지만) 나이차가 제법 있다보니 항상 내가 어리게만 보이는 거 인정,
근데.. 이제.. 잘.. 생각해봐..
당신은..노년..
나는 그래도 아직..
내가.. 보살펴..아..아니다..
지치고 또 지친 하루, 그대로 침대에 벌러덩 하고 싶지만,
엄마 이제 가방 찾았으니 우리 이제 해피밀 먹으러 가자는 똥강아지들..
불금인데.. 그래.. 가자!
맥너겟 조지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