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집짓기 #11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
이래서 인연은 따로 있다고 하는 걸까?
집을 짓기 위해 건축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중점을 뒀던 건 당연히 포트폴리오가 우리가 생각하는 간결한 디자인이어야 했고, 직접 대면할 수 있는 로마의 건축가 였으면 했다.
총 7업체를 컨택했고 그 중 두 곳은 끝까지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으며 5곳도 직접 대면 미팅까지 최소 한달여는 소요됐다.
어느날 저녁 남편이 보내 준 인스타그램 속의 간결한 디자인, 한창 그맘때쯤 천재 알고리즘은 우리를 끝없이 미니멀 스타일로 이끌었고 대부분 다른 유럽권으로 컨택의 의지조차 없을 때라 이 또한 흘려보는 것 중 하나에 지나치지 않았건만 Verona (베로나) 이탈리아건축가 였다.
- 연락 한 번 해 보든지!
긴 시간 별 다른 진척없는 상황들에 조금 지치기도 했고 툭 하고 던진 말에 평소 같았음 ‘로마가 아니잖아’ 하고 말았을 남편이건만 그날따라 곧장 실행하며 왓츠엡 메세지를 보냈고 그의 답변은 이내 돌아왔다.
주말이 껴 있었지만 미켈레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흔히 이탈리아에서.. 아니.. 로마에서는 주말에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핑퐁 렐리가 이어지더니 바로 다음날 마침 로마에 와 있다는 직원과의 연결로까지 이어졌다.
집 지을 부지에서 만난 다리오는 노련미가 물씬했고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노트부터 꺼내어 메모했다.
건축가 미켈레에게 정확한 보고를 위해 부지 촬영을 드론으로 하고 연락 주겠노라 꽤 순조로운 미팅이 이어진 후 남편과 견적서 받으려면 최소 일주일? 열흘? 정도는 걸리겠지? 라고 생각했건만
미켈레의 견적서는 바로 다음날, 정확히는 25시간만에 우리에게 닿았다.
북부 이탈리아 사람들은 정말 빠르구나!
천년만년 해야 할 일도 안하고 매번 핑계에 핑계만 대는 건 로마 비롯 남부 이탈리아가 정말로 맞구나
이탈리아 살면서 이탈리아는 모든게 다 느려서 속터지는 경우가 정말 허다한데 그건 내가 로마에 살기 때문이었구나.. 어이없는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내일 낮엔 미켈레와 계약서를 쓸 참이다.
이탈리아 로마에,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를 그에게 맡겨볼 참이다.
이 곳 이탈리아에 우리 집을 갖기위해 오랜시간 노력한 결실의 시작! 설레기도 하고 이루 말할 수없는 묘한 마음이다.
부디 끝까지 행복한 기억만 가득하길
새로운 시작! 시작해보자!